쉴 땐 BTS노래 흥얼거리죠"
'세계 바둑계 여제' 별명
기업은행배 초대 우승자
매 경기 죽을 힘 다해
남녀 통합기전 우승 목표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9/AA.27559815.1.jpg)
수년째 괴물 같은 기력(棋力)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올해 하림배 여자국수전 5연패 도전을 위해 한창 연습 중인 최정 9단을 최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최 9단은 “코로나19로 많은 대회가 취소돼 아쉽지만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11월 준결승이 열리는 국제 바둑대회인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최 9단은 “‘여제’라는 칭호로 불리기엔 많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천재로 불린 이세돌, 돌부처로 불린 이창호 등 선배 기사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무척 평범하다는 얘기다. 최 9단은 “모든 경기 하나하나가 죽을힘을 다해 이긴 경기”라며 “최근에는 중요한 대회들을 치르고 있어서 연습량을 기존보다 더욱 늘렸다”고 했다.
차분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최 9단의 기풍은 ‘전사’와 같은 것으로 유명하다. 과감하게 적진에 뛰어들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싸움을 건다. 어릴 적 말괄량이 같은 성격이 기풍에 반영됐다는 게 최 9단의 설명이다. 실리를 중시하는 최근의 인공지능(AI) 바둑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 9단은 “최근에는 프로기사들도 AI를 활용해 연습하다 보니 AI 특유의 기풍을 배우게 된다”며 “그럼에도 내 스타일을 기반으로 AI의 기풍을 재해석해 받아들이려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정상급 바둑기사인 최 9단이지만 바둑돌을 잠시 내려놓을 때는 여느 20대 또래와 다를 바 없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인 만큼 쉬는 시간에는 BTS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힙합 음악 역시 최 9단이 즐겨 듣는 장르 중 하나다.
최 9단은 “가끔은 연습 중에도 BTS 노래가 머릿속에 떠오른다”면서 “아무래도 요즘은 바쁘다 보니 예전만큼 팬 활동을 열심히 하진 못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제라고 불리는 최 9단이 가장 신경 쓰는 선수는 누굴까. 그는 곧바로 중국의 ‘위즈잉 6단’을 꼽았다. 일본에서 열리는 바둑여류최강전,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여자바둑대항전 등 국제대회 우승을 놓고 자주 맞붙은 데다 상대 전적 역시 최 9단 기준 17승 18패로 팽팽하기 때문이다.
최 9단은 “라이벌이 있어서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더욱 잘 살필 수 있다”며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 위즈잉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심기일전하고 있다”고 했다.
바둑기사로서 최 9단의 목표는 남녀 통합기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남녀 통합기전에서 우승한 여자 바둑기사는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이 유일하다. 그는 “통합기전 우승은 어릴 적부터 제 인생 목표”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