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날 세운 바이든, '동맹'만 11차례 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싸움을 벌였다. 상대방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겨냥한 날카로운 발언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30여 분간의 연설에서 동맹이라는 단어를 11회 사용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평화와 안정, 인간의 존엄과 인권까지 우리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며 이끌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혼자 하지 않고 동맹과 함께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과 미래에 가장 중대한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지칭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속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최우선 순위로 두며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우리의 가치와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쟁 수위를 낮출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화상연설로 미국을 공격했다. 그는 “평화롭고 발전된 세계는 여러 형태의 문명을 포용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특정 국가에 귀속된 특별한 권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반(反)민주주의 국가로 규정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겨냥해 “외부의 군사적 개입과 함께 이른바 민주적 변혁은 부정적 결과만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절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국제사회 지원 경쟁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 발표액의 두 배 수준인 1000억달러, 세계적 기아 퇴치를 위해서는 10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개도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3년간 3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20억 회분을 기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신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노백 같은 중국산 백신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