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건축학과는 졸업할 때 졸업전시회를 합니다. ‘코딩’으로 작업물을 내고 졸업한 건 역사상 제가 처음입니다.”

김정헌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전문임원(상무)은 학부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 설계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한 ‘LSIP’ 언어를 대학 2학년 때부터 공부했다. “남들은 과외해서 한 달에 20만원 벌 때, 컴퓨터 기반 건축설계 프로젝트로 건당 200만원을 벌었다”는 것이 학창 시절 기억이다.

입사 이후에도 정보기술(IT) 관련 부서 근무가 잦았다. 건축기획팀, 건축PM팀 등을 돌며 정보화 업무를 봤다. 재직하면서 꿈은 한결같았다. 건설회사가 쓰는 IT 시스템인 건설정보모델링(BIM)에다 데이터를 입혀내는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12년에는 한국CDE(Computational Design and Engineering) 학회 회장을 지낸 BIM 전문가 김인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를 찾아가 석사과정을 마쳤다.

짬을 내서 AI를 공부하는 것은 생활이 됐다. 지난해 김 상무는 구글에서 인증하는 ‘텐서플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텐서플로는 구글이 제작한 머신러닝 플랫폼이다. 6개월 동안 직장과 학원을 병행하며 ‘주경야독’했다.

그는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들의 성장세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를 AI 전문가가 되도록 부추기는 주체들은 규모가 비슷한 건설사도, 시공사 영역을 침범해오는 시행사도 아니다. 오늘의집·직방·호갱노노와 같은 업체들이 기존 대형 건설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대형 건설사들의 데이터는 공정과 설계 영역에 머무르지만, 이들은 인테리어·가구 등에서 소비자 성향 데이터마저 모으고 있다”며 “AI가 프롭테크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카카오가 후발 분야였던 금융에서 혁신을 일으켰듯, 미래 건설산업 1등은 시공사가 아닐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AI 역량을 빠르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