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기가 되는 한화로 993억원어치의 5년짜리 채권 처리가 ‘헝다 부도설’의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헝다의 부채와 자산이 각각 359조원, 435조원 규모여서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조만간 다가올 만기 채권이 적지 않고 회사 재무여건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불안요인이 됐다. 정부·기업 할 것 없는 중국 특유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공개된 부채·자산 등 공시자료도 신뢰감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헝다는 중국 내 233개 도시에서 778개(6월 말 기준)에 달하는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자산·부채 관리 외에 경영과 회계에서 어떤 하자가 가려져 있는지 외부에서는 좀체 알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자산시장에서 ‘차이나 리스크’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장악력 속에 ‘중(中)성장’으로 체질이 바뀌어 가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지방부채와 그림자금융, 좀비기업 등 해묵은 취약지대에 대해 중국은 지금까지 외부의 의구심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헝다 위기’가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로 번질지, 나아가 중국의 금융과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다.
헝다의 유동성 위기에 세계가 긴장하는 것은 외부에서는 중국의 본모습, 시장의 실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헝다의 실체가 어떤지, 이번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중국 정부의 대응방식은 또 어떨지 알 수가 없는 게 재확인되는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은 아직도 글로벌 선진시장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사태의 진전 정도에 따라 우리 금융당국도 ‘긴급 시장대책협의회’를 열거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낼 것이다. 하지만 증시나 외환시장의 방파제는 평소에 잘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대외변수의 파장이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주식과 외환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여부도 당연히 관심사다. 2008년 추석연휴 막판에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뷔가 어른거려 조심스럽기만 하다. 시장 참가자도 정부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