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미국 텍사스라니…"제3세계 방불케 할 정도" [박상용의 별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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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국경 인근에 형성된 아이티 난민촌의 사진이 대거 공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난민촌의 모습이 제3세계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악해 보인다"며 "사진 속 장소가 아이티가 아니라 미국 텍사스라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은 텍사스주 델리오 다리 인근에 있는 불법 아이티 난민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했다. 사진 속 아이티 난민들은 버려진 옷과 나뭇가지로 임시 텐트를 만들어 잠자리를 마련했다. 32도까지 치솟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빈 물병과 음식 용기 등 각종 쓰레기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고, 쓰레기 더미는 이미 산처럼 쌓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난민촌에 있는 아이티인 상당수는 이미 수년 전 아이티를 떠난 이들이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아이티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일자리도 사라지자 많은 아이티인이 고국을 떠났다. 대부분 남미 브라질로 향했다. 마침 브라질은 2014 월드컵과 2016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아이티인들은 브라질에서 일자리를 찾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일부 아이티 난민들은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은 칠레로 갔다. 이들은 주로 노점상이나 일용직 건설 근로자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서일자리는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아이티 이민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칠레의 이민정책도 더 엄격해졌다.
새 삶 찾기에 실패한 아이티인들은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막혔던 육로 국경이 차츰 열리면서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이날 콜롬비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콜롬비아 국경 마을 네코클리에는 파나마로 가려는 이민자 1만9000명이 발이 묶여 있으며, 대부분 아이티인이다. 정글을 뚫고 파나마로 들어온 이민자들도 올해 들어서만 7만명이 넘는다고 AP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중미 국가를 거쳐 멕시코를 향한다. 이어 미국으로 가는 난민이 대부분이다. 올해 초에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는데 최근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에서 미국 델리오로 넘어가는 이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급증하는 아이티 난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불법 아이티 난민촌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국경 순찰대 일부 요원들이 말에 올라탄 채 가죽 고삐를 들고서 난민을 위협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순찰대원들이 말을 몰아 거침없이 밀어붙이자 겁에 질린 난민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고 뒤로 넘어져 강물에 빠진 난민도 있었다.
앞서 미국 당국은 공중보건에 관한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이곳의 아이티인들을 항공편으로 아이티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42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3월 미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하는 근거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적인 정책을 이어가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지대의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델리오로 들어간 아이티인들 중 몇 명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남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매우 많은 아이티인들이 60일 내 이민청 출석을 조건으로 풀려났다고 전했다. 일부는 추방을 피해 다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향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델리오 다리 아래에 있던 아이티인의 수는 한때 1만4000명을 넘었으며 21일 현지 당국의 최근 집계 결과 약 8600명이라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 외신은 텍사스주 델리오 다리 인근에 있는 불법 아이티 난민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했다. 사진 속 아이티 난민들은 버려진 옷과 나뭇가지로 임시 텐트를 만들어 잠자리를 마련했다. 32도까지 치솟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리오그란데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빈 물병과 음식 용기 등 각종 쓰레기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고, 쓰레기 더미는 이미 산처럼 쌓였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난민촌에 있는 아이티인 상당수는 이미 수년 전 아이티를 떠난 이들이다. 2010년 대지진 이후 아이티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일자리도 사라지자 많은 아이티인이 고국을 떠났다. 대부분 남미 브라질로 향했다. 마침 브라질은 2014 월드컵과 2016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아이티인들은 브라질에서 일자리를 찾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일부 아이티 난민들은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은 칠레로 갔다. 이들은 주로 노점상이나 일용직 건설 근로자 등으로 일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서일자리는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아이티 이민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칠레의 이민정책도 더 엄격해졌다.
새 삶 찾기에 실패한 아이티인들은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막혔던 육로 국경이 차츰 열리면서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이날 콜롬비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콜롬비아 국경 마을 네코클리에는 파나마로 가려는 이민자 1만9000명이 발이 묶여 있으며, 대부분 아이티인이다. 정글을 뚫고 파나마로 들어온 이민자들도 올해 들어서만 7만명이 넘는다고 AP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중미 국가를 거쳐 멕시코를 향한다. 이어 미국으로 가는 난민이 대부분이다. 올해 초에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았는데 최근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에서 미국 델리오로 넘어가는 이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급증하는 아이티 난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불법 아이티 난민촌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국경 순찰대 일부 요원들이 말에 올라탄 채 가죽 고삐를 들고서 난민을 위협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순찰대원들이 말을 몰아 거침없이 밀어붙이자 겁에 질린 난민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고 뒤로 넘어져 강물에 빠진 난민도 있었다.
앞서 미국 당국은 공중보건에 관한 연방법 42호를 근거로 이곳의 아이티인들을 항공편으로 아이티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42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3월 미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이민자들을 국경에서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하는 근거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혐오적인 정책을 이어가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지대의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델리오로 들어간 아이티인들 중 몇 명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하고 남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매우 많은 아이티인들이 60일 내 이민청 출석을 조건으로 풀려났다고 전했다. 일부는 추방을 피해 다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로 향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델리오 다리 아래에 있던 아이티인의 수는 한때 1만4000명을 넘었으며 21일 현지 당국의 최근 집계 결과 약 8600명이라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