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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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해운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고 해양수산부가 공동행위를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외 23개 해운업체의 운임 공동행위(담합) 제재에 나선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되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달 말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해운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여당은 이르면 오는 10월께 해운법 개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법 제29조에서 허용하는 정기선사 간 운임 등 공동행위 규율에 대한 부처 간 소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해운법은 "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운임·운송조건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게 해양수산부 측의 설명이다. 공정거래법 58조는 해운법 등 타 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최근 국내 12개 선사와 해외 11개 선사가 2003~2018년 15년간 한국~동남아시아 노선 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해운업체 측에 심사고보서를 발송했다. 보고서에는 총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이에 "해운법에서 정한 정당한 공동행위를 한 해운업체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운업황을 상시 파악하는 해수부가 해운 공동행위를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것이 전문성이 있고 효율적"이라고 반발했다.

업계는 UN 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1974년 정기선협약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해 해외에서도 해운 업체의 공동행위가 인정된다는 점도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시장에서는 화주가 '갑', 선사가 '을'이어서 존립을 위한 공동행위는 필요하며, 공동행위가 결과적으로 화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며 "이런 이유에서 해외에서도 해운산업에만 공동행위를 인정하는 협약을 체결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 역시 공정거래법 제정 이전부터 해운 공동행위가 허용됐다는 점을 들어 해운 공동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1978년 해상운송사업법 개정을 통해 해운 공동행위를 허용해왔고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되며 공정거래법 제정 이전 개별법에서 허용된 정당한 공동행위는 인정한다"며 "공정거래법은 지속적인 규제 정비 과정에서도 해운 공동행위를 예외적으로 존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실시한 해운법 개정 관련 설문조사에서 해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업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지난달 24일부터 9월10일까지 18일간 모노리서치를 통해 국내 수출입 기업 150개사를 조사한 결과 해운법상 담합 허용을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9.3%를 기록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철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2.0%, 과징금 부과 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18.0%였다. 담합 허용을 위한 법 개정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전경련은 "대부분 화주기업은 물류대란 우려가 있는 공정위의 해운 공동행위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며 해운법 개정을 통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운법 개정으로 해운업에 대해서만 공정거래법 예외 규정을 강화할 경우 업계가 무분별한 담합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