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바이오 디젤 등 친환경 사업 활발
1902년 설립된 ADM은 4대 곡물 메이저 'ABCD' 중 하나다. ABCD는 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인데, 이들 기업은 대두 등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ADM은 곡물 저장,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농산물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런데도 ADM은 계속 도전을 말한다. 후안 루시아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여러분은 계속해서 (ADM의) 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ADM은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환경 관련 기술 투자에 특히 적극적이다. LG화학과의 협업도 그 일환이다.
전통적 곡물 산업은 농기계 사용, 곡물 운송 등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DM은 2009년부터 일찌감치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 연료 공급원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탄소포집은 전 세계적 화두인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0이 되는 상태)'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다. 지금까지 땅 밑에 탄소 300만t가량을 영구 저장했는데 1년간 약 65만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제거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ADM 측의 설명이다.
또 2025년까지 50억 갤런(189억ℓ)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 디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두 처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쌀겨, 대두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을 알코올에 반응시켜 만든 것으로, 경유와 혼합해 사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ADM은 2023년부터 연 6억 파운드 가량의 친환경 바이오 디젤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사업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소"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성장주가 세차게 내달리는 사이, ADM의 주가는 다소 완만한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DM은 1.72% 내린 58.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초 이후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은 약 28% 수준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곡물 가격이 출렁이고 매출이 들쭉날쭉한 게 취약점으로 꼽혔다. ADM 매출의 80%는 농업 서비스 및 종자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도 리스크다. 중국은 명실상부 최대 곡물 소비 시장이다.
하지만 신사업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ADM은 2016년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사료를 비롯한 영양 사업을 시작했는데 연 평균 15% 이상 성장 중이다.
'고기를 대신하는 고기' 식물성 대체육 사업도 벌이고 있다. 플랜트플러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브라질에서 콩으로 만든 대체육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올 7월에는 남유럽 최대 비(非) 유전자변형식품(GMO) 콩 원료 단백질 제품 생산업체 소자프로틴을 인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DM의 신사업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소"라며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탄소 포집, 그린 디젤, 대체육 시장 등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수혜 가능"
당분간 본업도 순항이 예상된다. 이상기후로 곡물 가격이 오르는 데다가 물가 상승 국면에서 ADM의 위치가 유리하게 작용해서다. 한 연구원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올라도 빠르게 판매 가격에 이를 전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8월 세계식량지수는 127.4포인트로 상승했다. 7월(123.5포인트)보다 3.1% 높은 건 물론 2011년 이후 최고치다. 1년새 30% 이상 치솟았다.
곡물 가격 급등세에 ADM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8% 늘어난 229억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8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2억마리까지 감소했던 중국 돼지 수가 최근 4억마리 수준으로 회복하며 사료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시포트글로벌은 향후 1년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로 '농업'를 꼽고 ADM을 톱픽으로 제시했다. 에릭 라슨 애널리스트는 "빠듯한 곡물 공급의 지속, 강한 수요, 가격 변동성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년 이상 연속으로 전년보다 배당 지급액을 늘려온 '배당 귀족주'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은 2.5% 수준이다. 배당 지급월은 3월, 6월, 9월, 12월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