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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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르면 오는 11월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다고 22일 시사하면서 증권가도 분주해지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은 주식시장을 떠받치던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축소되면 시장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의 힘으로 올랐던 일부 종목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 밸류에이션 측정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확인하면서 투자해야하는 이유다.

◆코스피 PER 전수조사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 기업 147개의 12개월 선행 PER을 조사했다. 그 결과 PER이 코스피 평균(147개 종목 PER 단순평균)인 16.81배를 넘는 기업은 39개로 조사됐다.

PER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141.38배)와 현대미포조선(115.37배)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포스코케미칼(78.64배), SK아이이테크톨로지(74.41배), 대한항공(68.09배), 한미약품(63.06배), 녹십자(54.38배) 순으로 집계됐다.

PER이 낮은 종목들은 금융과 전통 제조업에 분포해 있었다. 가장 낮은 종목은 3.19배를 기록한 DL이었다. DL은 DL그룹(옛 대림그룹)의 지주사다. BNK금융지주(3.43배), 우리금융지주(3.44)배, HMM(3.78배), GS(3.93배)가 뒤를 이었다.

◆PER 낮을수록 저평가?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한 회사의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배가 되는지 보여준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이고 EPS가 1000원이라면 PER은 10배가 된다. PER이 낮다는 것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PER이 높다고 꼭 고평가 기업으로 볼수도 없다. 성장주들은 실적이 급증함에 따라 PER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12개월 선행 PER은 68배지만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는 수치가 25배까지 내려간다.

그럼에도 증권업계가 PER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기에 PER이 높은 성장주들이 조정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는 성장주는 금리가 오르면 할인률이 커지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최근 증권사들이 PER이 낮은 실적주, 가치주 등을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삼성증권은 9월 하우스뷰를 통해 자동차, 정유, 철강, 2차전지, 증권을 추천업종으로 제시했다. 2차전지를 제외하고 PER이 대부분 10배 이하인 업종이다.

◆기아·SK하이닉스 PER 6배


하반기 추천종목으로 많이 거론되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도 PER 기준으로 절대 저평가 영역에 있다. 기아 PER은 6.82배, 현대차 PER은 8.64배다. 포스코 PER은 6.41배에 불과하다. 대부분 코스피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1등 국민주인 삼성전자 PER은 11.73배, SK하이닉스는 6.49배로 집계됐다. 2차전지 매출 비중이 높아 순수 배터리 회사로 분류되는 삼성SDI는 38.38배, 2차전지와 전통산업이 섞여있는 LG화학의 PER은 16.23배를 기록했다.

PER이 10배 이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종목으로는 이마트(9.16배), 한화솔루션(9.74배), 휠라홀딩스(9.69배), 삼성생명(9.67배) 등이 있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도 PER이 차례대로 7.9배, 8.09배, 7.97배를 기록했다.

하이브(44.68배), 일진머티리얼즈(39.53배), 유한양행(35.72배), 아모레퍼시픽(32.59배)은 PER이 높은 종목으로 분류됐다.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40.14배), 한국항공우주(30.4배), 현대로템(36.26배)도 PER이 코스피 평균을 상회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