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가짜 공익과 진짜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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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대교 공익처분·통행료 면제
소수 이익 위한 비용의 사회화
기대수익보다 낮은 보상금으로
운영권 회수는 재산권 침해 소지
사유재산권 부실한 상황에선
자본축적·경제발전 기대 어려워
이영조 <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
소수 이익 위한 비용의 사회화
기대수익보다 낮은 보상금으로
운영권 회수는 재산권 침해 소지
사유재산권 부실한 상황에선
자본축적·경제발전 기대 어려워
이영조 <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3일 일산대교를 공익처분해 통행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익처분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상응한 보상을 하고 민자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가져오는 것을 뜻한다. 경기도는 보상을 통해 국민연금이 100% 지분을 소유한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회수해 소형차 기준 1200원인 통행료를 폐지하겠다고 예고했다.
평소 일산대교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선뜻 말하기에는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첫째, 이번 처분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특수한 이익에 복무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기대수익이 7000억원인 운영권을 알려진 것처럼 2000억원에 회수한다면 사유재산권 침해는 아닐까.
이 지사가 내세우는 공공처분의 명분은 도민의 교통권이다. 하지만 혜택은 도민 전체가 아니라 주로 고양, 김포, 파주 3개 시의 주민, 그 가운데서도 평소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된다. 반면 처분에 필요한 보상금(그리고 이후의 관리 비용)은 도민 전체의 세금으로 최소한 절반은 충당된다. 이 지사는 나머지 50%는 3개 시가 인구에 비례해 분담할 것이라고 하지만 여기에서도 이용자만이 아니라 모든 주민이 비용을 부담한다.
도민 혈세 낭비를 막는다는 것도 이번 공공처분의 명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매년 최소수익보장으로 경기도가 지출하는 돈 또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경기도가 지급할 최소수익보장금을 다 합쳐도 경기도가 고려하고 있는 보상금보다 적을 것이다.
결국 말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시민 전체 혹은 도민 전체로 사회화하는 조치다. 소수 이용자의 이익과 무수한 비이용자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타당한 것도 있지만 지나친 것도 많다. 자신이 100% 소유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인수 당시 누적 적자로 어디에선가는 돈을 빌려야 했다.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빌렸더라도 내야 하는 돈이다. 국민연금이 빌려준 돈은 다른 곳에 빌려줘 수익을 낼 수도 있는 돈이었다.
후순위 채권의 이자율이 점차 올라가는 것을 두고 악덕 사채업자 운운하지만, 후순위 회사채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자를 줄이기 위한 자본재조달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비난의 여지가 있다. 통상 다른 민자사업에서는 개통 이후 고이율 대출금을 금리가 더 낮은 자금으로 바꾸는 자본재조달을 시행한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통행료를 낮출 여력도 생긴다. 하지만 국민 모두를 위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높은 이자 수입을 굳이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악덕 사채업자라고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운영으로 이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과실을 막 거두기 시작할 참에 공공 부담만 늘리는 공공처분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공을 내세워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1877년 《한국천주교회사》를 펴낸 샤를르 달레는 “조선 사람들은 돈벌이에 악착같다”고 썼다. 이어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을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데 낭비한다고 한탄했다. 막스 베버가 이야기한 서구 발전의 원동력인 자본주의 정신이 조선인에게도 분명히 있었지만 저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관찰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대답은 정확히 20년 뒤에 출판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조선과 이웃나라들》에 나와 있다. 여윳돈이 생기면 부패한 관리들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이를 강탈해 가기 때문에 조선인들은 가난이 최선의 보신책임을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생기면 가만히 있다가 빼앗기기보다는 친구들도 같은 식으로 되갚을 것으로 믿고 밥과 술을 대접한 것이다.
이처럼 사유재산권이 부실한 상황에서 자본 축적과 경제발전 같은 것을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격이다. 사유재산보다 더 앞서는 공익은 없다.
평소 일산대교를 이용하던 사람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옳은 결정이라고 선뜻 말하기에는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첫째, 이번 처분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소수의 특수한 이익에 복무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기대수익이 7000억원인 운영권을 알려진 것처럼 2000억원에 회수한다면 사유재산권 침해는 아닐까.
이 지사가 내세우는 공공처분의 명분은 도민의 교통권이다. 하지만 혜택은 도민 전체가 아니라 주로 고양, 김포, 파주 3개 시의 주민, 그 가운데서도 평소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된다. 반면 처분에 필요한 보상금(그리고 이후의 관리 비용)은 도민 전체의 세금으로 최소한 절반은 충당된다. 이 지사는 나머지 50%는 3개 시가 인구에 비례해 분담할 것이라고 하지만 여기에서도 이용자만이 아니라 모든 주민이 비용을 부담한다.
도민 혈세 낭비를 막는다는 것도 이번 공공처분의 명분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매년 최소수익보장으로 경기도가 지출하는 돈 또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경기도가 지급할 최소수익보장금을 다 합쳐도 경기도가 고려하고 있는 보상금보다 적을 것이다.
결국 말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시민 전체 혹은 도민 전체로 사회화하는 조치다. 소수 이용자의 이익과 무수한 비이용자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론전을 펼치는 가운데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타당한 것도 있지만 지나친 것도 많다. 자신이 100% 소유한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인수 당시 누적 적자로 어디에선가는 돈을 빌려야 했다.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빌렸더라도 내야 하는 돈이다. 국민연금이 빌려준 돈은 다른 곳에 빌려줘 수익을 낼 수도 있는 돈이었다.
후순위 채권의 이자율이 점차 올라가는 것을 두고 악덕 사채업자 운운하지만, 후순위 회사채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자를 줄이기 위한 자본재조달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비난의 여지가 있다. 통상 다른 민자사업에서는 개통 이후 고이율 대출금을 금리가 더 낮은 자금으로 바꾸는 자본재조달을 시행한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통행료를 낮출 여력도 생긴다. 하지만 국민 모두를 위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높은 이자 수입을 굳이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악덕 사채업자라고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일산대교 운영으로 이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한 과실을 막 거두기 시작할 참에 공공 부담만 늘리는 공공처분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공공을 내세워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1877년 《한국천주교회사》를 펴낸 샤를르 달레는 “조선 사람들은 돈벌이에 악착같다”고 썼다. 이어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을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데 낭비한다고 한탄했다. 막스 베버가 이야기한 서구 발전의 원동력인 자본주의 정신이 조선인에게도 분명히 있었지만 저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관찰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대답은 정확히 20년 뒤에 출판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조선과 이웃나라들》에 나와 있다. 여윳돈이 생기면 부패한 관리들이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이를 강탈해 가기 때문에 조선인들은 가난이 최선의 보신책임을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생기면 가만히 있다가 빼앗기기보다는 친구들도 같은 식으로 되갚을 것으로 믿고 밥과 술을 대접한 것이다.
이처럼 사유재산권이 부실한 상황에서 자본 축적과 경제발전 같은 것을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격이다. 사유재산보다 더 앞서는 공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