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월급 봉투는 두툼해졌습니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 경제적 삶은 좋아졌을까. 주식이나 코인으로 큰돈을 번 사람도 있고 재미를 못 본 사람도 있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가격이 2배가량 뛰어 자산이 늘어난 사람도 있고, 무주택이어서 ‘벼락거지’가 됐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잖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보는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지갑 사정은 어떨까. 그냥 그저 그렇다고 하거나 오히려 얇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뭘까. 월급은 조금 올랐지만 정부와 국가기관이 떼어가는 돈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인 A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씨의 2017년 연봉은 6000만원, 월급은 500만원이었다. 월급 500만원 중 35만원가량을 소득세로, 3만5000원 정도를 주민세로 원천징수당했다. 소득 구간별로 적용되는 6~24%의 세율에 각종 공제가 감안된 금액이었다. 국민연금으로 20만2050원이 빠져나갔다. 월소득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4.5%) 내는 것이 국민연금이다. 다만 2017년 당시 월소득 상한액이 449만원이어서 2만원가량을 덜 낼 수 있었다.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이게 다가 아니다. 고용보험료,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등을 내야 한다. A씨의 2017년 월별 고용보험료는 3만2500원이었다. 근로자와 회사가 월급의 0.65%씩 총 1.3%를 냈다. 건강보험료는 15만3000원이었다. 월급의 6.12%를 A씨와 회사가 반반씩 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1만원가량이었다. 건강보험료의 6.55%를 역시 회사와 A씨가 반반씩 납부했다. 이렇게 A씨 월급에서 정부와 국가기관이 조세 및 준조세로 떼어간 돈은 78만2550원이었다.

A씨는 내년 연봉 7200만원, 월급 600만원이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는 어떻게 될까. 우선 소득세는 월 55만원이 된다. 주민세는 5만5000원. 세율 24%가 적용되는 구간의 소득이 많아지면서 세금이 껑충 뛴다. 국민연금은 23만5800원을 내야 한다. 월소득 상한액이 524만원으로 바뀌게 되면서 늘어나는 것이다. 그나마 국민연금 요율이 높아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고용보험료는 요율 자체가 높아진다. 2019년 10월 1.6%로 상향된 데 이어 내년 7월부턴 1.8%가 된다. 월 5만4000원이다. 건강보험료도 가파르게 뛴다. 요율이 6.99%가 되기 때문이다. 20만9700원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2만5730원이 된다. 요율 자체가 12.27%로 대폭 높아지는 데 따른 인상이다. 조세 및 준조세 합계액은 113만원이다. 5년 전에 비해 35만원 가까이 증가한다.

월급이 100만원 늘었는데 35만원이 뭐가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65만원은 더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늘어난 소득의 35%를 정부가 가져간다고 하면 상당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A씨보다 월급이 더 많은 직장인은 체감하는 정도가 더 높아진다. 그간의 학계 연구결과를 보면 통상 연봉 8000만~1억원 구간에서부터 정부가 지나치게 많이 떼어간다고 느낀다고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A씨의 월급이 전혀 늘지 않는다 해도 정부가 더 떼어간다는 것이다. 월급 500만원 기준으로 2017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2만원 늘어난다. 상한선이 높아진 결과다. 고용보험료는 1만2500원, 건강보험료는 2만1700원, 장기요양보험료는 1만1000원가량 늘어난다. 각각 요율이 높아져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5년 만에 정부가 매달 6만5200원을 더 가져간다.

이는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일인가. 고용보험 쪽은 문제가 있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은 건전성 걱정을 하지 않는 듯하다. 정부가 더 나눠줘서 혜택을 보는 쪽도 있지만 더 내야 하는 사람의 불만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