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헝다 센터. /사진=연합뉴스(EPA)
중국 상하이의 헝다 센터. /사진=연합뉴스(EPA)
중국 헝다그룹이 파산할 시 대출 은행 등에 연쇄 파급돼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3일 이번 헝다발 이슈와 관련해 안정적인 크레딧 시장, 개발기업 주가 탈동조화(디커플링) 심화, 상업은행의 충분한 위기대응 여력 등의 이유로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00조원의 부채를 가진 헝다그룹이 부도나면 미국의 리만 사태처럼 금융기관의 위험도 증가 등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계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헝다그룹 이슈는 여전히 개별적인 이슈에 가깝고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의 크레딧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중국 달러채에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부동산 하이일드 가격은 헝다이슈로 급락했지만, 투자 가능 등급인 채권 가격은 최근 노이즈에도 안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 연구원은 "헝다부동산 역내 채권이 지난주 이자 상환에 실패했음에도 불구, 역내 회사채 스프레드는 여전히 작년 말(국영기업 디폴트 증가)과 지난 5년 평균 레벨보다 낮다"며 "중국 정부의 5년물 CDS 프리미엄도 43.5로 2016년 자본유출 우려 당시의 120보다 낮다. 이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아직 헝다 리스크를 아주 크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개발기업의 주가의 디커플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헝다그룹 이슈가 확산하지 않는 이유다.

최 연구원은 "부채비율이 최우량인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주가는 안정적이고, 본토에 상장된 국영 개발기업인 Poly CMSK는 8월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다"며 "산업 구조조정으로 좀비기업이 죽으면 선두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논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헝다그룹 이슈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중국시장 참여자들이 현재 상황을 산업 전반의 위기보다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개별 기업 이슈로 간주하고 있다"며 "헝다그룹의 경우 지난 1년간 구조조정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헝다그룹의 부채 3000억달러가 전체 상업은행 대출 잔고의 1%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최 연구원은 "헝다그룹이 설사 파산한다고 해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중국의 상업은행 자산총액은 약 45조달러, 부채는 35조달러, 대출 잔액은 29조달러다. 헝다그룹의 3000억달러 부채는 전체 상업은행 대출 잔고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많은 은행에 분산되어 있어 각 은행별 노출 비중도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은행시스템에서 부동산개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이고, 정부 주도의 리스크관리로 2019년부터 이 비중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은행별로는 대형상업은행보다 지방상업은행의 노출 비중이 더 크지만, 가장 높은 비중도 15%이다. 모든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는 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오히려 부동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의지로 향후 중국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헝다그룹이 부도날 경우 부동산시장은 더욱 빠르게 냉각되면서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