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경DB
이미지=한경DB
카카오 주가가 9거래일 만에 25% 넘게 빠지며 끝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빅테크 일부 서비스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적용하면서다. 반면 라이벌 네이버는 이 기간 주가가 10% 하락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같은 악재에도 주가 낙폭이 작았던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양대 빅테크의 주가 격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포트폴리오 내 인터넷업종 비중 조절에 대해서는 '확대론'과 '축소론' 등 엇갈린 조언이 나왔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장에서 카카오 급락에 LG화학의 개별 호재가 겹치면서 코스피 최상위권 순위 바뀜이 활발했다.

이날 오전9시23분 기준 카카오는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날 기준으로 주가가 3.77% 내린 11만5000원에 마감했다. 그러면서 시총 순위는 이달 초 4위에서 두 계단 내린 6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날 LG화학은 이달 초 시총 순위(7위)에서 두 계단 올라 카카오를 제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GM 리콜용 배터리 공급 재개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8.42% 뛰었기 때문이다.

카카오 주가는 이달 8일부터 10일 하루를 제외하면 계속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7일부터는 11만원대로 주저 앉으며 상승가도를 달리기 전인 올 5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지난 8거래일간 외국인과 기관은 카카오를 각각 1조777억원, 430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이 1조4907억원 순매수하며 주가를 방어했지만 하락폭을 줄이지 못했다.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압박 수위를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선 7일 금융당국은 빅테크 서비스의 상품 비교·추천이 '광고 대행'이 아닌 '투자 중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융상품 중개에 대한 규제가 담긴 금소법 계도기간이 이날(24일)까지인 만큼 카카오는 당장 주요 서비스를 손봤다. 게다가 다음달 1일부터 열릴 국정감사에 빅테크 총수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나갈 전망이라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악재를 맞은 네이버의 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은 모습. 최근 4거래일 동안 1% 미만 등락을 반복했다. 네이버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업 폭을 넓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선 금융업 직접 진출보다는 제휴를 택하는 등 보다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취지인 골목상권 보호와 직결되는 서비스는 비교적 적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시총 순위도 이달 초와 동일하게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금액만 이달 1일 67조2659억원에서 1조5605억원가량 빠졌다.

증권가는 양대 빅테크 간 격차가 대선이 진행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큰 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은행과 증권, 보험, 모빌리티 등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국내 사업에 대한 의존도와 노출도가 압도적이라 당국 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라며 "최소 올해 말까지, 늦어지면 내년 3월 대선까지 이 같은 주가 격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내 인터넷업종 비중 조절과 관련해선 이견이 나왔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골목상권 보호, 독과점 저지 이슈의 특성상 국감과 내년 초 대선이 연달아 있는 만큼 카카오 주가 하락요인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력 부문인 쇼핑과 금융,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율은 아직 20% 안팎에 머물러 있어 양사 매출과 이익 성장성 상승 여력이 높다"면서 "빅테크 종목에 대한 포지션을 늘리되 특히 네이버를 집중 매수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주가 조정은 그간의 심리적 조정과는 다른 양상으로 필연적이고 구조적인 조정"이라면서 "규제 이슈가 안정화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인터넷 업종 비중 자체를 줄이는 편이 낫다"고 봤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