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구글, 애플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상대로 표준화된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가 출범하면서 소원해진 미국과 EU의 관계가 ‘빅테크 때리기’를 계기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29일로 예정된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 고위급 회의에서 빅테크 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첫 고위급 회의 초안에는 “빅테크 거버넌스에 대응하는 미국과 EU의 접근 방식을 교환하고 양측 간 통합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EU 간 표준 규범을 세우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EU가 협력에 나서면 빅테크들이 새 규정에 맞서 싸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그동안 미국과 EU 간 협력관계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디젤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다.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받기로 한 뒤 나온 조치다. 프랑스는 강력 반발했고 EU는 프랑스 편에서 미국을 비판했다.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에 TTC 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은 프랑스와 다음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하면서 갈등 봉합에 나섰고 회의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미국과 EU 간 신뢰 관계에 상처가 남았지만 빅테크 규제엔 한마음으로 나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정한 경쟁’을 외치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자국 빅테크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엔 미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두 번째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빅테크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6월 EU 집행위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사업의 경쟁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EU 집행위는 페이스북의 반독점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