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오버파…커트통과 쉽지 않아
'맞수한판'서 만나 절친 발전
김 "첫 호흡, 도움 못줘 아쉬워"
유 "효주가 다칠까 염려했어요"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사인이 안 맞은 것 같아요.”(김효주)
‘선수’ 유현주(27)와 ‘캐디’ 김효주(26)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24일 경기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1라운드를 마친 뒤였다. KLPGA투어 2부 투어에서 뛰는 유현주는 세계랭킹 730위. 그의 백을 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김효주의 세계랭킹은 5위다. 게다가 KLPGA투어에서만 13승을 거둔 김효주가 유현주의 ‘일일 캐디’를 자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725계단의 격차를 우정으로 넘어선 둘의 호흡은 그러나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유현주는 이날 버디 2개를 잡았으나 보기 5개, 더블 보기 1개를 쏟아내 5타를 잃었다. 하위권으로 밀려나면서 커트 통과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전날 저녁에야 캐디백을 친구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유현주는 “원래 (김효주에게 백을 맡기는 건) 계획에 없어서 공식 연습을 함께 하지 않았다”며 “나는 탄도가 있는 스타일인데 효주는 굴려서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전반에는 호흡이 좀 안 맞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효주는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이 주무대인 유현주와 미국이 주무대인 김효주는 접점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이벤트 대회 ‘맞수한판’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졌다. 함께 경기한 유현주의 스윙을 유심히 지켜본 김효주가 먼저 캐디를 제안했다. “잘 치는 선수가 성적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해서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며 “너무 돕고 싶었다. (결과를 보니)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 유현주는 김효주를 보며 “배운 게 많다”고 했다. 그는 “김효주 선수를 보면서 ‘정말 감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쇼트게임 감각이 좋고 라인을 읽은 대로 퍼팅한다.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고 했다. 유현주의 칭찬에도 김효주는 “한 시간마다 잠을 깰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김효주가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어 유현주는 25일 열리는 대회 2라운드부터는 다른 캐디에게 백을 맡긴다. 유현주는 “그래도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효주는 “(앞으로도 유현주의 캐디를) 계속 하고 싶다”며 “대회에 안 나오거나 쉴 때 (기회를 준다면) 또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1라운드에선 버디만 6개를 몰아친 유해란(20)이 6언더파 66타를 적어내 단독 선두로 나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