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에어가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항공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유럽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항공사도 라이언에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이같은 광고를 앞으로 영국에서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유해한 기업 활동을 친환경적 이미지로 세탁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광고에 대해 영국이 단속하기로 하면서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원회(ASA)는 에너지, 운송 업계의 광고에 담긴 환경 관련 메시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의 광고에 그린워싱 요소가 포함됐다는 판단에서다. ASA는 "이번 조사는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실히 지도록 하기 위한 규제"라고 밝혔다.

ASA는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가 소비자들의 잘못된 판단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영국 밀키트 회사 구스토(Gousto)가 자사 제품의 포장재엔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았고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소비자가 환경 친화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구스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ASA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가 소비자와 지구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워싱은 친환경 경영을 펼치는 기업에도 피해를 끼친다. 그린워싱을 이용하는 기업 탓에 진정성 있는 기업들이 조명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안드레 코첼리 대표는 "너무 많은 기업들이 거짓 친환경 이미지로 생색을 내고 있다"며 "진정한 친환경 기업들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ASA는 기업들이 광고에 내건 탄소중립(실질 탄소배출량 0) 목표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유 업체들의 광고도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면서도 석유 사업을 지속하는 업체들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의 창립자 마크 캄파날레는 "탄소 배출 감축이 석유 생산의 절대적 감소를 의미한다는 걸 인정한 회사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뿐"이라며 "쉘(Shell) 등 다른 회사도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캄파날레는 또 "석유와 가스 산업 전반에 걸쳐 만연한 그린워싱이 전면적으로 다뤄질 시기"라고 강조했다. 영국 상공회의소도 "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정직한 기업들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ASA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