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11월 초로 상장을 연기했다. 금융당국의 핀테크 규제 여파에 따른 것이다. 다만 공모가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카카오그룹의 금융결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페이는 24일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10월 중순 재개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에도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고 공모 일정을 한 차례 연기했다. 회사 측은 10월 20~2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 달 25~26일 일반청약을 거쳐 11월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상장 11월로 연기…'플랫폼 규제'에도 공모가 고수
카카오페이는 이번 정정 신고서에 정부의 규제 위험을 설명한 부분을 보완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던 금융상품의 비교 서비스 및 판매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추가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이 판매를 목적으로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할 경우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는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와 반려동물·휴대폰 보험 등의 판매를 중단했다.

증권가는 이번 규제로 카카오페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전체 매출에서 투자·대출·보험 등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0.16%에서 2019년 2.37%, 지난해 22.66%로 높아졌다. 이 중 전체 매출의 15.9%를 차지하는 대출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카카오페이는 상반기 기준 363억원, 하루 1억9000만원의 매출 감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카카오페이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회사 측은 현재 중단한 서비스가 온라인 연계 투자상품과 관련한 P2P 투자 및 보험 분석 서비스에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에 불과해 피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올 하반기 출범하는 디지털손해보험 자회사를 통해 금융서비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해 주식 매매 수수료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협의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할 예정”이라며 “회사의 기업가치와 성장성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를 기존대로 6만~9만원으로 유지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1조7300억원이다. 업계 최초로 일반청약 물량 100%에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 90만원을 내고 20주를 청약한 사람들에게 똑같은 수량의 주식을 나눠준다. 여윳돈이 적은 2030세대 투자자의 청약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는 카카오페이가 이번엔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모기업 앤트그룹이 중국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기업공개 작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약 3개월간 중단했다. 최근엔 핀테크 규제까지 터지는 등 잇달아 악재를 맞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한 데다 중국 헝다 사태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이 공모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12월 27일까지 상장 신청을 마쳐야 한다.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내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때문이다. 올해 상장하지 못하면 다시 예비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