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운영하는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반) 학생 대상 ‘고졸 채용 전용 사이트’가 부실한 관리로 빈축을 사고 있다. 고졸자용 채용 전용 사이트에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구직 공고가 걸러지지 않은 채 대거 올라와 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의 ‘고졸 전용 취업 지원 플랫폼’에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한 지원자를 찾는 채용 공고가 상당수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는 석사 학위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학 산학협력단 계약직 연구교수를 찾는 구인공고가 포함돼 있다. 또 다른 구인공고는 학원 영어강사를 찾는 데 대졸자 이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고졸 청년들은 ‘신입’으로 입사 지원하는 게 일반적인데, 3~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도 수십 개 게시돼 있다. 구직을 위해 이 사이트를 찾은 특성화고 재학생 이모군(18)은 “고졸 전용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만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이트를 ‘직업계고 학생, 고졸 청년에게 특화한 취업 정보 제공 및 일자리 연결(매칭)용 플랫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 사이트는 올해 1월 개발에 착수해 이달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교육부 측은 “약 12만 개의 채용 정보 및 관련 기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고졸 청년들이 여러 구직 사이트를 검색하는 불편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채용 관련 기관 정보를 끌어오는 것이다 보니 일부 오류가 있다고 들었다”며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채용 정보를 정제하겠다”고 해명했다.

특성화고 관련 단체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 속에 정부가 채용 사이트 마련과 같은 ‘보여주기식’ 취업 대책이 아니라 고졸자 채용 차별 적극 시정과 같은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2017년 50.6%에서 지난해 27.7%로 뚝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직업계고 학생들은 원치 않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 ‘재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