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로' 초대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폐막식 등을 생략하고 소규모로 진행됐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다시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BIFF는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답게 다양한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영화 관계자와 팬들을 만난다. 아시아 영화제 최초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을 상영하고, 국내 영화제 중 처음으로 네이버쇼핑라이브에서 예매권을 할인 판매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침체된 영화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방침이다.

다음달 6~15일 부산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BIFF에는 70개국 223편의 작품이 출품된다. 68개국에서 192편이 출품된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올해 초청작은 100%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레드카펫 행사와 시상이 예년처럼 이뤄질 예정”이라며 “해외 게스트들은 극소수겠지만, 국내 영화인들은 거의 빠짐 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준호·박찬욱·임권택·이창동·임상수·장준환 감독과 배우 엄정화·조진웅 등 많은 영화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상영)로 선보이는 임상수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로’(사진)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그때 그 사람들’ ‘하녀’ ‘돈의 맛’ 등을 만든 임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새 작품이다. 최민식·박해일이 주연을 맡았고, 오스카의 영예를 안은 윤여정도 출연한다.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최민식 분)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 분)이 우연히 거액을 손에 넣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특별한 동행을 하게 된다.

올해 영화제는 섹션도 갈라프레젠테이션, 뉴커런츠, 아시아영화의 창,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월드시네마 등 기존 11개에서 12개로 늘렸다. OTT에 방영될 화제의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이 신설되면서다.

온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지옥’, ‘인간 수업’을 만든 김진민 감독의 신작 ‘마이 네임’, 아누차 분야와타나(태국)·조시 킴(미국) 감독의 ‘포비든’이다. ‘지옥’과 ‘마이네임’은 넷플릭스, ‘포비든’은 HBO 아시아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이 온 스크린과 비슷한 성격의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선 12편이 상영된다. 한인미 감독의 ‘만인의 연인’, 오성호 감독의 ‘그 겨울, 나는’,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 등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아시아 영화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진출작 11편도 선정됐다.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으로도 활동했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영화 ‘실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보다 많은 관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영화제 최초로 모바일 예매권을 할인 판매했다. 네이버쇼핑라이브에서 지난 15일 저녁 정가 대비 20% 싸게 제공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 14개 구·군에 스크린을 설치하는 ‘동네방네비프’도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