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휴가철을 앞둔 미국과 영국의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시 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기업들이 휴가철 제품·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놓으며 구인에 힘쓰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매업은 코로나19 유행 전에 75만 개였던 빈 일자리가 지난 7월 110만 개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연간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말 휴가철을 앞두고 직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최근 딕스스포츠는 일자리 1만 개를 새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크로거와 마이클스는 각각 2만 명 채용에 들어갔고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아마존도 12만5000명의 신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채용을 위한 유인책으로 임금 인상과 보너스 지급 등을 제시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월마트는 최근 샘스클럽의 최저시급을 11달러(약 1만3000원)에서 15달러로 올렸다. 아마존은 채용 계약을 맺으면 3000달러의 보너스를 주기로 했고, 달러제너럴도 운전자에게 5000달러 지급 약속을 내걸었다.

미 백화점 메이시스는 기존 직원에게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을 데려오면 보너스 50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연말시즌 4만8000명의 채용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다. 월마트는 채용 과정을 2주에서 24시간으로 대폭 줄여 신입사원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밝혔다. 베스트바이는 각종 보험에 드는 비용 공제는 물론 대학 등록금 지원도 내세웠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 리테일의 닐 사운더스 이사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력이 모자라 소매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인력 가동성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모든 온라인 주문을 제때 처리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있다”며 “올 연말은 소매기업에 가장 힘든 휴가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도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겹치면서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 흐름 속에서 배송업체 일손까지 부족해지자 진열대가 텅 비는 마트가 급증하는 등 물류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화물차 운전자 확보 등을 위해 최대 1만5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시 단기 비자를 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재계를 중심으로 미봉책이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루비 맥그리거 스미스 영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런 임시 조치만으로는 연말 휴가철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