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27일(현지시간) 1조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 표결을 시도한다. 미 상원은 인프라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이번주 연방정부의 내년 임시예산안을 상정한다. 예산안 통과가 불발되면 다음달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미 정부는 셧다운(업무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다음달 중순까지 이 같은 교착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의 사상 첫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가능성도 있어 이번주가 미국 운명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는 30일은 정부 회계연도가 끝나는 날이라 이번주는 중요한 때”라며 “이번주에 주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27일 하원에서 도로와 다리 같은 물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파 의원들은 의료 교육 중심의 인적 인프라를 확대하는 내용의 3조5000억달러 규모 지출안을 함께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내 온건파 의원들은 1조달러 법안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 이날 표결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인프라 법안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민주당 의석수가 과반인 하원은 올 12월 3일까지 임시로 연방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수가 각각 50석인 상원에선 공화당의 반대로 표결조차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초당적 인프라 법안이 통과되면 상원에서 내년 예산안 및 부채 한도 유예안에 찬성하겠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상원 내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3조5000억달러 지출안을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 내 의견 조율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는 다음달 중순까지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자금이 고갈돼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파니 머피 민주당 하원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이번주 표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