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들어 국내 주요 상장사 실적이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적 추정기관이 세 곳 이상인 247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49.34%로 전분기(91.94%)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반도체 시황 고점 논란, 플랫폼 기업 규제, 중국 ‘헝다 쇼크’ 등은 국내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경기가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저효과를 누린 2분기에 비해 증가율은 하락했지만 50%에 가까운 증가율도 낮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걷히면서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이익 둔화에 커지는 '피크아웃' 논란…종목 '옥석 가리기' 본격화

피크아웃? “아직은 시기상조”

주요 기업의 실적 피크아웃 논란은 올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기저효과가 끝나가는 3분기부터 영업이익 증가율이 주춤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증가율 추세에 민감한 증권가에서 먼저 나왔다.

월별 수출 증가율도 5월(45.6%)을 정점으로 꺾이면서 피크아웃 논란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시장 업황 고점 논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 정책,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우려를 자극했다. 중국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중국 경기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피크아웃 논란이 부각되는 건 미국·중국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도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공급·생산 차질을 걱정하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물가보다 생산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매출총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7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마이너스(-0.2포인트)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오른 101.3을 기록했다. 진행 중인 경기 회복이 향후 둔화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3분기 실적 증가세가 하락했다고 경기가 꺾이는 추세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경제 봉쇄 영향으로 국내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친 뒤 7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경기 국면이 꺾였다기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영업이익 증가율도 둔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7개 기업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59조8321억원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상장사 영업이익 규모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3개월 합산 수출금액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크아웃 논란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 필요한 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했다. 전반적인 이익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는 기업에 투자가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분기 기준)을 낸 뒤 4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은 2차전지 등 친환경 업종이었다.

2차전지 업체 삼성SDI는 3분기 34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4분기에도 39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실적을 연이어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전년 대비 30.7%, 58.9% 늘어난 수치다.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양극재 출하량도 전분기 대비 20% 증가하면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3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했다.

주요 상장사 중 1개월 새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빠르게 상향 조정된 업종은 항공이다. 대한항공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602억원으로 1개월 전(1163억원)보다 37.8% 늘었다. 국제 여객선은 적자지만 화물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철강 업종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전년 동기 대비 1887.5%, 포스코는 257.6%였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제조업 소재 공급 부족 사태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영향”이라고 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