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앞세워 '집콕족'에 입소문
이름보다 맛이 익숙한 회사
사세는 소비자에게 이름보다 맛으로 더 익숙한 회사다. 동네 호프집에서 맛본 버팔로윙, 일본식 선술집에서 나오는 가라아게(일본식 닭튀김) 대부분이 사세 제품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크게 늘어난 ‘홈술족’ 사이에서 사세라는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사세 버팔로윙’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안주라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따로 해동할 필요 없이 냉동 상태의 버팔로윙을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돼 조리가 쉽다는 장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사세는 1991년 무역회사로 출발했다. 닭고기 원육을 수입해 팔아 큰돈을 벌었다. 한때 국내 수입 계육의 70% 이상을 사세에서 공급하기도 했다. 위기는 2003년 불현듯 찾아왔다.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닭고기 원육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김광선 사세 대표(59·사진)는 하루아침에 주력 사업을 포기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되레 기회가 됐다. 정부에서 원육 수입을 금지한 대신 열처리 가공품 수입은 허용해줬다. 김 대표는 원육 대신 가공육을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찾은 상품이 지금의 사세 버팔로윙이다.
김 대표는 “당시 한국에는 닭날개만 따로 떼어 판매하는 부분육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닭을 조리하는 방법도 치킨 아니면 닭볶음탕, 닭백숙이 전부였다”며 “시장을 개척하는 수준이 아니라 창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팔로윙을 들여왔다”고 회상했다.
사세 버팔로윙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1㎏에 1만원대 가격으로 외식업계를 빠르게 장악했다. 사세는 태국에서 닭 원육을 공급받아 현지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버팔로윙 등을 생산한다. 김 대표는 “사세의 버팔로윙이 인기를 얻은 뒤 ‘미투’ 제품이 줄을 잇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아직까지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품질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에는 태국 현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었다. 미국이 원조인 버팔로윙의 맛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선했다. 김 대표는 “사세 버팔로윙 맛의 핵심은 ‘당기는 맛’”이라며 “기존 버팔로윙보다 매콤함과 짭짤한 맛을 강조해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고 싶은 맛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중심으로 ‘홈술족’ 공략
외식업계 등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주로 공략하던 사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김 대표는 “자체 설문조사를 해 보니 ‘사세 버팔로윙’은 알아도 ‘사세’는 모르는 소비자가 절반 이상이었다”며 “코로나19로 홈술 시장이 커진 것을 계기로 편의점을 거점으로 B2C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지 편의점이 주요 활동 무대다. 버팔로윙과 가라아게 등을 편의점에 공급해 즉석조리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사세는 국내에서도 미니스톱에 제품을 공급해 ‘점보 닭다리’라는 히트 상품을 만든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편의점을 통해 ‘K치킨’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세의 지난해 매출은 2040억원으로 전년(2270억원) 대비 10.1%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제한으로 B2B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올해는 일반 소비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상반기에만 1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선 B2B 시장을 포함하면 냉동 가공식품 시장에서 사세가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