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거대 여당, 누구의 '甲질'이 더 심한가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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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정서, 특히 대기업에 대한 반감은 새삼 거론할 여지도 없다. 사회 전체를 이분법적으로 갈라쳐 내편과 네편으로 만들고 반목과 갈등 구도를 형성해 이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전매특허와도 같다.
대기업은 과거 독재정권의 비호하에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해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고 하청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고혈을 짜내며 이익을 극대화, 문어발식 재벌이 됐다는 게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의 대기업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보니 대기업은 뭐 좀 심하게 규제하고 벌주고 해도 상관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정서인 듯도 하다.
현 정부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단체로 쪼그라든 것이나 대한상의 주최로 매년 연초에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 대통령이 올해까지 4년 연속 불참한 것이 바로 현 정부의 대기업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 정부들어 처음 단행했던 세법 개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린 것도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후 온갖 기업관련 규제에서 중소기업에게는 몇년의 유예를 하는 규제도 대기업은 늘 첫번째 대상이 됐다. 현 정부 초기인 2017년 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첫번째 구속되자 재계는 이를 대기업들에 새 정부가 보내는 일종의 경고 사인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2013년 만들어진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현 정부 출범 후 대기업, 고용주, 프랜차이즈 본사, 대형마트 등을 소위 갑(甲)으로 지목, 이들을 혼내고 벌주기 위해 법과 절차, 시장원리까지 무시하고 월권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기업에 대한 반감의 연장선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여당의 이런 시각은 최근 소위 플랫폼 기업을 향하고 있다. 카카오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등 전통 대기업을 향해 내뱉던 포화를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여당과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총 동원돼 카카오에 집중포화를 쏟아내자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당은 이 정도로는 분이 안 풀리는지 플랫폼 규제 법안 9개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은 사업의 성격상 비즈니스를 확장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독·과점이나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과 같은 이슈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과거 독점금지법적인 시각으로 규제를 들이대다 보면 모든 플랫폼 사업은 금지시켜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나. 소비자 편익이나 외국 유사 기업과의 경쟁 등을 비교형량해 규제 여부와 그 정도를 결정해야지 무조건 "덩치가 커지니 때려잡고 보자"는 식이라면 혁신의 싹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에게는 이런 사고의 유연성은 찾아 보기 힘들다. 설사 내부적으로는 플랫폼 육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소위 '약자나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치적 이슈를 여기에 접목시켜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덩치가 크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일단 때려잡고 보자는 게 지금 정부 여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를 그대로 정치에 접목하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의 횡포나 갑질, 독·과점의 폐해를 거대 정당에 적용하면 어떨까.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절대 다수석을 차지 하고 있다. 의회를 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있더라도 소수 정당과 대화와 타협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의회정치의 본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민주당은 과반 의석이라는 힘을 앞세워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는 폭거를 단행했다. 군사독재 시절이던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만에 여당이 사실상 국회 독재를 선언한 것이었다. 대기업 독·과점의 횡포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고 이를 막기위해 온갖 규제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단속과 처벌에 골몰해온 정권이 정작 자신들은 그런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회를 맘껏 농락해온 것이다.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당이 지난 1년여간 어떤 일을 했는지는 잘 알려진대로다. 원하는 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었다. 야당이나 기업들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부동산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마다 압도적인 의석수로 야권의 반발을 깔아뭉갰다. 민주당은 입법 강행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의를 비롯해 최소한의 협치 절차 등도 무시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야당 패싱이 대표적이다. 임대차 3법과 5·18역사왜곡처벌법, 공수처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첨예한 쟁점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다수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여야 위원 동수로 구성하게 돼 있는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도 여당과 열린민주당, 여당 출신 무소속 의원의 합작으로 수차례 무력화됐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 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안이 기업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국내·외 인권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소위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말그대로 다수당의 독재요 갑(甲)질에 다름 아니다.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에 그토록 분노하고 징벌하려드는 이들이 정작 자신들의 국정 횡포와 독재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독·과점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도 물론 문제다.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불공정행위로 인한 폐해는 해당 기업과 관련된 하청업체나 시장 관계자들에 국한된다. 반면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횡포와 갑질로 인한 폐해는 전국민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그 피해가 매우 장기간 계속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정치에도 공정거래가 필요하고 독·과점 단속 역시 요구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만약 정치 분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었다면 지금 민주당은 그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없이 많은 제재와 과징금은 물론 정당 분할 명령까지 받았어야 할 지도 모른다. "남의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여당이 딱 그 꼴이다. 수를 앞세운 의회 과점으로 이루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횡포와 갑질과 정치적 불공정거래를 일삼아온 여당이 대기업 횡포를 단죄한다더니 이제는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니 갑질을 때려잡겠다고 한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갑질을 표(票)로 인정해줬다고 항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국민이 대기업의 횡포까지 용인하지 않듯이, 여당에 표를 준 유권자조차 지금과 같은 여권의 갑질과 횡포까지 용인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대기업은 과거 독재정권의 비호하에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해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고 하청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고혈을 짜내며 이익을 극대화, 문어발식 재벌이 됐다는 게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의 대기업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다 보니 대기업은 뭐 좀 심하게 규제하고 벌주고 해도 상관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정서인 듯도 하다.
현 정부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단체로 쪼그라든 것이나 대한상의 주최로 매년 연초에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 대통령이 올해까지 4년 연속 불참한 것이 바로 현 정부의 대기업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 정부들어 처음 단행했던 세법 개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린 것도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후 온갖 기업관련 규제에서 중소기업에게는 몇년의 유예를 하는 규제도 대기업은 늘 첫번째 대상이 됐다. 현 정부 초기인 2017년 초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첫번째 구속되자 재계는 이를 대기업들에 새 정부가 보내는 일종의 경고 사인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2013년 만들어진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현 정부 출범 후 대기업, 고용주, 프랜차이즈 본사, 대형마트 등을 소위 갑(甲)으로 지목, 이들을 혼내고 벌주기 위해 법과 절차, 시장원리까지 무시하고 월권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기업에 대한 반감의 연장선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여당의 이런 시각은 최근 소위 플랫폼 기업을 향하고 있다. 카카오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등 전통 대기업을 향해 내뱉던 포화를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여당과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총 동원돼 카카오에 집중포화를 쏟아내자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스마트 호출 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여당은 이 정도로는 분이 안 풀리는지 플랫폼 규제 법안 9개를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은 사업의 성격상 비즈니스를 확장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독·과점이나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과 같은 이슈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과거 독점금지법적인 시각으로 규제를 들이대다 보면 모든 플랫폼 사업은 금지시켜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게 말이 되나. 소비자 편익이나 외국 유사 기업과의 경쟁 등을 비교형량해 규제 여부와 그 정도를 결정해야지 무조건 "덩치가 커지니 때려잡고 보자"는 식이라면 혁신의 싹을 모조리 잘라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여당에게는 이런 사고의 유연성은 찾아 보기 힘들다. 설사 내부적으로는 플랫폼 육성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소위 '약자나 골목상권 보호'라는 정치적 이슈를 여기에 접목시켜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하는 지도 모른다.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덩치가 크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일단 때려잡고 보자는 게 지금 정부 여당의 기본 입장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를 그대로 정치에 접목하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의 횡포나 갑질, 독·과점의 폐해를 거대 정당에 적용하면 어떨까.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절대 다수석을 차지 하고 있다. 의회를 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있더라도 소수 정당과 대화와 타협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의회정치의 본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민주당은 과반 의석이라는 힘을 앞세워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는 폭거를 단행했다. 군사독재 시절이던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만에 여당이 사실상 국회 독재를 선언한 것이었다. 대기업 독·과점의 횡포에 대해 그렇게 비판하고 이를 막기위해 온갖 규제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단속과 처벌에 골몰해온 정권이 정작 자신들은 그런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회를 맘껏 농락해온 것이다.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민주당이 지난 1년여간 어떤 일을 했는지는 잘 알려진대로다. 원하는 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었다. 야당이나 기업들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부동산 임대차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마다 압도적인 의석수로 야권의 반발을 깔아뭉갰다. 민주당은 입법 강행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의를 비롯해 최소한의 협치 절차 등도 무시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마지막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야당 패싱이 대표적이다. 임대차 3법과 5·18역사왜곡처벌법, 공수처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첨예한 쟁점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다수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여야 위원 동수로 구성하게 돼 있는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도 여당과 열린민주당, 여당 출신 무소속 의원의 합작으로 수차례 무력화됐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 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안이 기업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국내·외 인권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소위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말그대로 다수당의 독재요 갑(甲)질에 다름 아니다.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에 그토록 분노하고 징벌하려드는 이들이 정작 자신들의 국정 횡포와 독재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독·과점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도 물론 문제다.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불공정행위로 인한 폐해는 해당 기업과 관련된 하청업체나 시장 관계자들에 국한된다. 반면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횡포와 갑질로 인한 폐해는 전국민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그 피해가 매우 장기간 계속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정치에도 공정거래가 필요하고 독·과점 단속 역시 요구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만약 정치 분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었다면 지금 민주당은 그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없이 많은 제재와 과징금은 물론 정당 분할 명령까지 받았어야 할 지도 모른다. "남의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여당이 딱 그 꼴이다. 수를 앞세운 의회 과점으로 이루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횡포와 갑질과 정치적 불공정거래를 일삼아온 여당이 대기업 횡포를 단죄한다더니 이제는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니 갑질을 때려잡겠다고 한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갑질을 표(票)로 인정해줬다고 항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국민이 대기업의 횡포까지 용인하지 않듯이, 여당에 표를 준 유권자조차 지금과 같은 여권의 갑질과 횡포까지 용인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