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IT기업들이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클라우드란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등을 특정 컴퓨터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 저장해두고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초 공개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2402억원을 들여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다. 올해(570억원) 대비 예산이 네 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재택 근무와 공공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공 부문 클라우드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1만여 개를 클라우드로 전환·통합하기 위해 2025년까지 5년간 86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국내 기업엔 기회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발을 뻗기 어려워서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나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독자적인 보안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지금까지 KISA의 보안인증(CSAP)을 받은 기업은 국내 9개 기업뿐이다.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벌이는 기업은 KT와 네이버다. KT는 2016년 처음으로 공공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G-클라우드’를 출시하고 KISA의 CSAP를 받았다. 국내 공공클라우드 1호 사업인 서울시 따릉이를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 여러 사업을 맡아왔다.

KT는 이달 초 G-클라우드 기반 재택근무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모두 보유한 사업자”라며 “G-클라우드는 맞춤형 보안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정부와 공공기관 500여 곳에 클라우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인프라(IaaS) 등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상품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네이버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초·중·고 학생 540만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 학습환경을 구축했다.

네이버는 지난 16일 간담회를 열고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김태창 네이버클라우드 사업총괄 전무는 “네이버는 검색, 쇼핑, 메신저, 동영상, 게임 등 인터넷에서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운영하며 쌓아온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클라우드 솔루션에 접목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카카오도 공공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외국산 소프트웨어 종속성이 ‘제로’에 가까워 외국계 기업에 지급해야 할 별도 라이선스가 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과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클라우드PC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ETRI를 비롯해 경기도청,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이 SK브로드밴드의 클라우드PC를 쓴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는 최근 공공 부문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인증을 취득했다. 지난 6월엔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IaaS, 지난 7월엔 SaaS에 대해 CSAP를 받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