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석·박사 통합 과기의전원 세워 '젊은 의과학자' 키우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지캠퍼스에 SMITH 설립 추진
석사 4년+박사 4년…8년 과정
이르면 2024~2025년 개원 목표
빅데이터·환자정보 기반으로
AI 알고리즘 개발·플랫폼 연구
석사 4년+박사 4년…8년 과정
이르면 2024~2025년 개원 목표
빅데이터·환자정보 기반으로
AI 알고리즘 개발·플랫폼 연구
바이오·의료산업은 연구개발(R&D)의 질이 성패를 좌우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형 기술집약 산업이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개척한 미국의 기술 벤처기업 모더나를 보면 자명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퀸타일즈IMS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료 시장은 2025년 14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바이오의료산업은 외화내빈이다. 산업 규모가 올해 기준 세계 시장 대비 1.46%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역시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76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과학매거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54개국 가운데 한국 바이오산업 국가 경쟁력은 2018년 26위로 10년 전인 2009년(15위)보다 10계단 밑으로 하락했다.
병원 임상에 치우친 국내 의료 R&D 환경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의사 중 과학자(의과학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신기술과 바이오의료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융합의학 인재가 거의 없다. JD바이오사이언스 공동 창업자인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도제식 교육에 매몰된 병원 임상의만 이런 식으로 양산하면 대한민국의 바이오의료산업은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KAIST는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확대 개편한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School of Medicine for Innovative Technology in Healthcare: SMITH)’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4~2025년 개원이 목표다. SMITH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4+4’ 석·박사 통합 과정이다. 의무석사(MD) 4년, 의무박사(Ph.D) 4년 총 8년 과정으로 구성된다. 대전 문지동에 있는 KAIST 분교인 KAIST 문지캠퍼스에 SMITH를 신설할 계획이다. 소수 정예 인력을 선발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018년 개인 유전자 분석업체인 미국 생명공학기업 23앤드미(23andMe)로부터 4년간 500만 명의 데이터를 얻는 조건으로 33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연구를 토대로 “신약을 유전체 데이터 기반으로 개발하면 임상 성공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23앤드미는 당시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런 기업을 만들어낼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SMITH의 목표다.
MD 4년 과정에선 기초생명과학, 인체 및 질환 병태생리, 진단 및 치료 등 의학 교과를 배운다. 그러면서 병원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캡스톤 디자인 과정을 융합한다. 이른바 ‘MD-X’ 과정이다. 크게 MD-AI(인공지능), MD-바이오, MD-피직스(Physics) 세 트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MD-AI는 방대한 양의 비정형 빅데이터와 환자 임상정보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유전자 가위 등 유전자 편집 등을 가능하게 할 기반 기술인 AI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집중 연구한다. MD-바이오는 AI 플랫폼으로부터 도출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감염병 백신 등 신약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MD-피직스는 환자 데이터 기반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심혈관·암·뇌질환 정밀 진단 AI 솔루션, 맞춤형 생체 피드백 재활기기 등이다.
MD 과정에선 미국 하버드의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 협력 과정인 헬스사이언스테크놀로지(HST) 등 해외 글로벌 연구중심 기관에서 10주간 인턴 프로그램을 의무 이수하는 글로벌 펠로십 과정도 만들 예정이다.
KAIST가 이렇게 MD 과정 신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의과학대학원의 ‘미완의 성공’ 때문이다. KAIST는 2004년 박사과정으로 운영하는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2006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지난 4월 기준 의과학자 148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2019년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학술지에 모두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입학생 대부분이 30대 초중반 전문의다 보니 생업 등을 이유로 학업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SMITH는 이런 ‘도제식 임상’에 노출되지 않은 젊은 학부 졸업생을 뽑아 세계를 선도할 의과학자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KAIST SMITH가 실현되려면 여러 과정이 남았다.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통과해야 하고, 보건복지부가 의전원 정원을 신규로 편성해야 한다. 남성 신입생의 경우 학부를 마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안정적으로 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병역특례도 필요하다. KAIST는 박사학위 4년 중 3년을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해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국내 바이오의료산업은 외화내빈이다. 산업 규모가 올해 기준 세계 시장 대비 1.46%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역시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76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과학매거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54개국 가운데 한국 바이오산업 국가 경쟁력은 2018년 26위로 10년 전인 2009년(15위)보다 10계단 밑으로 하락했다.
병원 임상에 치우친 국내 의료 R&D 환경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의사 중 과학자(의과학자)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신기술과 바이오의료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융합의학 인재가 거의 없다. JD바이오사이언스 공동 창업자인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도제식 교육에 매몰된 병원 임상의만 이런 식으로 양산하면 대한민국의 바이오의료산업은 곧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KAIST는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확대 개편한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School of Medicine for Innovative Technology in Healthcare: SMITH)’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4~2025년 개원이 목표다. SMITH는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4+4’ 석·박사 통합 과정이다. 의무석사(MD) 4년, 의무박사(Ph.D) 4년 총 8년 과정으로 구성된다. 대전 문지동에 있는 KAIST 분교인 KAIST 문지캠퍼스에 SMITH를 신설할 계획이다. 소수 정예 인력을 선발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약기업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018년 개인 유전자 분석업체인 미국 생명공학기업 23앤드미(23andMe)로부터 4년간 500만 명의 데이터를 얻는 조건으로 33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연구를 토대로 “신약을 유전체 데이터 기반으로 개발하면 임상 성공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23앤드미는 당시 4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런 기업을 만들어낼 의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SMITH의 목표다.
MD 4년 과정에선 기초생명과학, 인체 및 질환 병태생리, 진단 및 치료 등 의학 교과를 배운다. 그러면서 병원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캡스톤 디자인 과정을 융합한다. 이른바 ‘MD-X’ 과정이다. 크게 MD-AI(인공지능), MD-바이오, MD-피직스(Physics) 세 트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MD-AI는 방대한 양의 비정형 빅데이터와 환자 임상정보를 토대로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유전자 가위 등 유전자 편집 등을 가능하게 할 기반 기술인 AI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집중 연구한다. MD-바이오는 AI 플랫폼으로부터 도출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감염병 백신 등 신약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MD-피직스는 환자 데이터 기반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심혈관·암·뇌질환 정밀 진단 AI 솔루션, 맞춤형 생체 피드백 재활기기 등이다.
MD 과정에선 미국 하버드의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 협력 과정인 헬스사이언스테크놀로지(HST) 등 해외 글로벌 연구중심 기관에서 10주간 인턴 프로그램을 의무 이수하는 글로벌 펠로십 과정도 만들 예정이다.
KAIST가 이렇게 MD 과정 신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의과학대학원의 ‘미완의 성공’ 때문이다. KAIST는 2004년 박사과정으로 운영하는 의과학대학원을 설립하고 2006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지난 4월 기준 의과학자 148명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2019년엔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학술지에 모두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입학생 대부분이 30대 초중반 전문의다 보니 생업 등을 이유로 학업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SMITH는 이런 ‘도제식 임상’에 노출되지 않은 젊은 학부 졸업생을 뽑아 세계를 선도할 의과학자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KAIST SMITH가 실현되려면 여러 과정이 남았다.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통과해야 하고, 보건복지부가 의전원 정원을 신규로 편성해야 한다. 남성 신입생의 경우 학부를 마친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안정적으로 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병역특례도 필요하다. KAIST는 박사학위 4년 중 3년을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해 병역을 이행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