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학 詩부문 신인작품상에 최병호 시인 '길장미'
계간 문예지 《열린시학》은 2021년 가을호를 통해 제60회 열린시학 신인작품상 시부문에 최병호 시인(사진)의 〈길장미〉 외 3편을 선정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최병호 시인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언론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대우그룹 홍보실에서 근무했다.

심사를 맡은 이지엽 시인과 하린 시인은 “최병호 씨의 〈길장미〉는 길가의 장미가 가진 존재성을 상상적 발화를 통해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길장미의 ‘향’이 ‘길’이라는 코드를 만나 ‘마을버스의 승객들과 인사하는 법/ 가슴 속에 피어 종점까지 길게 향을 간직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소음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 매력적이었다”면서 “사물과 현상에 서린 근원성과 본질성을 자신의 시선으로 잡아내 자신만의 감각적 언술로 형상화하는 힘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최병호 시인의 수상작 〈길장미〉 전문.

6월의 담벼락은 샤넬 No. 5

거리의 장미들은
몸 전체로 향을 피워내는 법을 안다

불가리아 벌판에서 자라
손가락 긴 파리지엥의 귓불에서 증폭될
흑장미들은 모른다

마을버스의 승객들과 인사하는 법
가슴 속에 피어 종점까지 길게 향을 간직하는 법

장미의 마을에서는 소음도 향이 된다

코로나로 닫혀있던 학교 문이 장미의 계절에 열리고
꽃보다 향이 깊은 아이들은
아름다운 소음을 뱉어낸다

이야기를 먹고 자란 장미들은
사춘기의 하굣길을 훌쩍 키 크게 한다
그래서 길에서 자란 장미들은
뜨거운 햇살에도 시들지 않는다

울타리를 넘어온 장미에 취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소녀가 스틸 컷이 되어버린 모퉁이

노선버스들은 장미 향을 담기 위해
빈 차로 왔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