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경제 동맹’이 반도체와 배터리 협력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 안보 중심의 한·미 공조가 경제·산업 각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이 각 부문의 패권전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협력으로 주도권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부문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끊이지 않고 있고, 전투기 등 첨단무기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물자로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는 만큼 전통 우방국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조만간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부지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약 1조원을 들여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 쇼티지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기업에 대해 내부 정보 제출을 요구한 점은 부담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 기업에 생산 재고와 리드타임, 고객 명단 등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요청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