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대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선거가 29일 치러진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새로운 경제정책을 앞세운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계승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등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노 행정개혁상은 280명,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221명,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168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자민당은 소속 국회의원 표 382표와 당원 표 382표를 합한 764표로 차기 총재를 선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을 놓고 결선투표를 한다.

기시다는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아베노믹스와의 결별을 주장하고 있다. 중산층 지원을 강화해 경제 격차를 줄이는 재분배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베노믹스 혜택이 고소득층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고노 역시 무분별한 돈 풀기에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노동분배율(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분배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베 전 총리의 지원을 받는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를 더욱 강화한 ‘사나에노믹스’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할 때까지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 재정을 흑자화한다는 목표도 당분간 설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한 듯 기시다와 고노 역시 돈 풀기를 줄이는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다만 고노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2% 물가 상승 목표는 달성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물가 목표치는 어차피 달성하기 어려우니 이제는 출구전략을 논의할 때’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