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0.01% 확률' 뚫기도 벅찬데…中역습·주52시간에 휘청이는 K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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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대박은 '바늘구멍'
작년 신규 모바일게임 17만개
매출 톱10 오른 건 18개 불과
中게임, 10조 국내시장 잠식
개발비, 한국 게임의 최대 10배
상품성까지 갖춰 시장 파고들어
작년 신규 모바일게임 17만개
매출 톱10 오른 건 18개 불과
中게임, 10조 국내시장 잠식
개발비, 한국 게임의 최대 10배
상품성까지 갖춰 시장 파고들어
0.01%. 신작 게임이 이른바 ‘흥행 대박’을 칠 확률이다. 게임 흥행을 ‘바늘구멍 통과’에 자주 빗대는 까닭이다. 국내에만 한 해 수십만 개의 게임이 출시(구글 등록 기준)되지만 흥행작은 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이다. 요즘 게임업계는 그러나 두 개의 새로운 ‘변수’와도 씨름하고 있다. 높아지고 있는 중국산 공세의 파고와 주 52시간 근로제 준수라는 개발 환경의 변화다.
그나마 중국 게임의 ‘과반’을 막아낸 건 ‘구관’들이다. 지난해 구글 앱 장터에 한 번이라도 매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게임은 모두 41개. 이 중 절반 이상이 과거에 나온 게임이다. 올해도 비슷하다. 2017년 나온 ‘리니지M’과 2019년 출시된 ‘리니지2M’은 번갈아 매출 1위와 2위를 지켰다. 5년 전인 2016년 나온 ‘리니지2레볼루션’도 톱10을 유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작 쓸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은 풍요 속 빈곤이 우리의 문제”라며 “전체 게임산업이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일명 ‘3N’의 입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3%와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80%와 46%나 줄었다. 3분기에도 세 업체 모두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과의 경쟁은 향후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몰라보게 달라진 중국 게임의 질이 최대 변수다. 임충재 계명대 교수(게임모바일공학)는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해외도 함께 공략하기 위해 한국 대형 게임사의 최대 열 배에 가까운 개발비를 쓰고 있다”며 “그래픽과 재미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상반기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매출 상위 1000개 게임 기준)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2%(앱애니)로 가장 높았다. 한국 게임은 8%에 그쳤다. 임 교수는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10년 새 24배…‘황금 시장’ 누가 먹을까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말 10조18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1년 4236억원에 비하면 10년 새 24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곡선은 더욱 가팔라졌다. 신작 출시부터 크게 늘었다. 구글, 애플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작년 신고한 신규 모바일 게임 수는 총 29만1828개. 구글의 비중이 60%(게임물관리위원회) 정도고, 구글에 출시되는 게임은 다른 유통채널에도 대다수 중복 출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시기 국내에 나온 신규 모바일 게임은 17만 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 집계된 통계가 아직 없지만, 올해는 최소 18만 개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은 ‘한 번 터지면 몇 년을 먹고살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10년 전 매출 1위 ‘룰 더 스카이’의 하루평균 매출이 1억원 정도. 지금은 대박의 규모가 달라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출시해 하루 매출 1위에 올린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출시 19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찍었다. 하루평균 52억원을 번 셈이다. 오딘은 카카오게임즈 주가를 두 달 새 두 배로 끌어올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 두 개로만 1조6783억원을 벌었다.0.01%의 확률이 빚어낸 초경쟁
대박의 과실은 물론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신규 모바일 게임 중 매출 ‘톱10’ 목록(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게임은 18개. 전체 신규 모바일 게임의 0.01% 정도다. 이 까다로운 장벽을 중국산 6개가 지난해 뚫어냈다. 올해는 ‘톱10’ 16개 중 7개가 중국 게임이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이 단 한 개의 게임도 톱10에 진입시키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다.그나마 중국 게임의 ‘과반’을 막아낸 건 ‘구관’들이다. 지난해 구글 앱 장터에 한 번이라도 매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게임은 모두 41개. 이 중 절반 이상이 과거에 나온 게임이다. 올해도 비슷하다. 2017년 나온 ‘리니지M’과 2019년 출시된 ‘리니지2M’은 번갈아 매출 1위와 2위를 지켰다. 5년 전인 2016년 나온 ‘리니지2레볼루션’도 톱10을 유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작 쓸 만한 작품이 많지 않은 풍요 속 빈곤이 우리의 문제”라며 “전체 게임산업이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일명 ‘3N’의 입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3%와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80%와 46%나 줄었다. 3분기에도 세 업체 모두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굼뜬 흥행시계’ 다시 빨라질까
K게임이 ‘코로나 특수’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쪼그라든 요인은 복합적이다. 트렌드가 급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출시 속도가 경쟁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18년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게임 개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이 이런 사례다. 2019년 나온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BTS 월드’ 등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게 출시됐다. 작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것도 공동작업이 많은 게임 개발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엔씨소프트의 최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등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중국과의 경쟁은 향후 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몰라보게 달라진 중국 게임의 질이 최대 변수다. 임충재 계명대 교수(게임모바일공학)는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해외도 함께 공략하기 위해 한국 대형 게임사의 최대 열 배에 가까운 개발비를 쓰고 있다”며 “그래픽과 재미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상반기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매출 상위 1000개 게임 기준)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2%(앱애니)로 가장 높았다. 한국 게임은 8%에 그쳤다. 임 교수는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