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주유 대란'으로 혼란에 빠졌다.

26일 BBC 등 영국 현지 언론은 영국 내 1200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지점 가운데 3분의 1가량에서 휘발유가 동이났고, 일부 주유소가 잠정 폐쇄됐다고 전했다. 다른 휘발유 공급 브랜드 셸도 일부 주유소 기름이 바닥났다.

현재 영국에 있는 8380개 주유소 중 약 1%가 문을 닫은 상태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4일 영국에서는 정유사들이 운전자 부족으로 주유소에 대한 연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럭을 운전하는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자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신규 유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운전면허 발급·관리 기관의 파업 등으로 대형 트럭 운전면허 시험도 여러 차례 취소되면서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기 위한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고, 몇몇 주유소에서는 15파운드(약 2만4000원) 또는 30파운드(약 4만8000원)으로 1인당 주유 한도를 제한했다.

BP는 성명을 통해 "지난 이틀 동안 나타난 극심한 수요 증가로 인해 주유소의 약 30%에서 현재 기름이 고갈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연료를 재보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크와시 쿠르탱 영국 기업·에너지 산업전략부 장관은 "기업 간 정보 공유와 대응책 마련을 촉진하기 위해 경쟁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료가 풍부하고 영국 내에서도 연료가 부족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는 공포심으로 인한 순전히 사재기에 따른 것이며 연료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정을 호소했다.

5000명의 외국인 트럭 운전자들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는 계획도 발표됐다. 기름뿐 아니라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슈퍼마켓 진열대가 비고, 식당에서는 주요 메뉴가 빠지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을 앞두고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해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