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가 1949년 상장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0년 만에 주식분할을 단행하겠단 소식 덕이다. 주가가 낮아져 더 많은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에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일본 증권가에선 도요타자동차를 시작으로 다른 종목들도 주식분할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이제 200만원이면 도요타株 산다

28일 동경증권거래소에서 도요타자동차는 전거래일 대비 0.53% 오른 1만385엔에 장을 마감했다. 어제에 이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장을 마쳤다. 8월 한 때 9000엔 밑으로 떨어졌던 주가는 이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중순 저점으로부턴 17.16% 올랐고, 이달 들어 8.27% 올랐다.

도요타자동차의 주식분할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도요타자동차는 28일 장 마감 후 5대 1의 주식분할을 실시한다. 1991년 주식분할 이후 30년 만이다. 1주가 5주로 쪼개지는 대신 1만엔의 주식이 2000엔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1주 당 가격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개인이 주식 접근성은 더 좋아진다. 특히 동경증권거래소는 100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한국투자자 입장에선 도요타자동차 주식을 사려면 1000만원은 필요했는데 앞으로는 200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된다. 더 많은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 아래 주가가 오른 셈이다.

현재 도요타자동차의 주주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1.9%다. 일본 상장기업의 개인투자자 비율이 평균 17%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다. 시가총액은 약 34조엔으로 일본의 독보적 1위인데, 주주수는 전체 15위(43만9000명)에 그친다. 도요타자동차는 신기술 개발을 위해 오랫동안 회사와 함께하며 장기간 자금을 조달해 줄 주주를 필요로 했다. 2015년 발행한 'AA형 종류주'가 그 일환이다. 당시 도요타는 원금을 사실상 보전하되 배당수익률을 연 0.5%(매년 0.5% 상승)로 제한하는 종류주를 발행했었다. 5년간 매매가 불가능한 구조였으나 9만명의 주주가 모였다.

증권가에선 이번 주식분할이 향후에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다이와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주식분할한 602개 종목(분할발표시 시가총액 300억엔 이상 종목 대상)은 분할 발표 1년 뒤 개인주주가 10% 늘어나고, 2년 뒤엔 2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역시 분할발표 당월말부터 3년 후를 기준으로 토픽스지수 상승률을 평균 24% 상회했다.

닌텐도·유니클로도 싸게 살 수 있을까

일본 증권가에선 도요타자동차를 뒤따를 상장사가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기업에 있어 본보기나 다름없다. 일례로 다른 상장사들은 도요타자동차의 배당성향을 참고로 배당금을 결정하는 경향이 짙었다. 임금 등 다양한 결정에 있어 도요타자동차를 따르는 상장사가 적지 않다.

도요타자동차처럼 다른 종목도 주식분할에 나서면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은 확연히 개선된다. 100주단위로 거래해야하는 제도 상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를 사려면 우리돈 약 8000만원이 필요하고, 닌텐도는 5000만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경증권거래소는 1주 단위로 매매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진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0주단위로 거래해야 하는 제도 상 개인이 다양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어 리스크 분산 관점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일본주식에 대한 벽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도요타자동차의 주식분할이 상장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