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 절차 거치면 OK? 임금피크제 도입, 이럴 땐 무효!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학습지 회사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절차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며 나아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였다는 점을 추가했다(서울고등법원 2021. 9. 8. 선고 2019나2016657 판결, 이하 ‘대상판결’).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 향후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을 포함한 최근 판례의 내용 및 기업의 유의사항을 살펴본다.

○판결 내용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직급 별로 만 55세, 만 57세) 직급별로 만 44세, 48세, 50세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며,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직무등급별로 4~5회 승급하지 못하면 직급정년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30%~50%까지 급여가 삭감된다.

우선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피고 회사의 경우 근로자 과반수 동의(1차 81.4%, 2차 91%)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회의방식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른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임금피크제 내용 역시 지나치게 근로자에게 불리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라고 보았다.

대상판결(제2심)은 제1심 판결의 논거에 더해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보았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임금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상판결은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연령’ 및 ‘승급 누락’ 여부에 연동되는 것이므로,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에 의한 차별로 보았다.

○유의사항
대상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에서도 피고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상 차별로 판단할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만약 대법원에서도 임금피크제를 고용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상 차별로 판단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임금피크제는 법에서 정한 정년보다 연장하면서 도입을 했던 터라 임금이 감소되더라도 정년 연장에 따른 이익을 근로자가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법률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회사들의 경우 특별한 혜택 없이 임금의 삭감만을 넣은 경우가 많다. 물론 그 과정에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대상판결을 포함하여 법원은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근로계약이 더 유리하다면 변경된 취업규칙(임금피크제)보다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상 차별로 본 대상판결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입했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이 변경된 임금피크제 내용보다 유리하다면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고 △임금피크제 내용이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연령’에 연동되어 임금이 감액되거나 △임금피크제 내용이 지나치게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무리하게 근로자에게 불리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근로자에게 혜택(정년 연장 등)을 제공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의 경우 기존 수행하던 업무보다 낮은 강도의 업무를 부여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이광선 변호사는 인사·노동, 집단적 노사관계와 관련한 자문 및 관련 소송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법시험(45회) 합격 후 CJ 법무팀 사내변호사로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법률자문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