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전력난으로 애플과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력난은 시진핑 정부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 석탄·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7일 대만 '이슨정밀공업'이 중국 당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조치에 따라 다음달 1일까지 중국 장쑤성 쿤산 공장 라인을 멈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슨정밀은 애플 제품 조립 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자회사다.

애플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대만 유니마이크론도 이달 말까지 장쑤성 쑤저우와 쿤산에 있는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스피커를 만드는 콘크레프트 역시 쑤저우 공장을 멈추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장쑤성 장자강에 있는 포스코스테인리스강이 생산라인 일부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난은 중국 일반 시민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난방이 끊기거나 건물 승강기와 거리 신호등도 작동하지 않는 불폄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전국 31개 지역 중 전력 부족으로 정전 사태가 빚어진 10여개 성(省) 지역에 이미 전력사용 제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본토 31개 성과 직할시, 자치구 가운데 10곳 이상에서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해 공장 수천 곳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전력난의 핵심적 원인은 전력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는데 석탄 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으로 일부 석탄 화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최근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에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를 무기로 빼들었지만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이 대체 수입원을 찾지 못하면서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이 발생, 공장은 물론 일반 가정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호주 양국의 관계는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관해 국제적인 독립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악화했다.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를 시작으로 보리, 와인 등 수입금지를 확대하다가 결국 철광석과 석탄 등 광물·에너지 자원까지 수입을 중단시켰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상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감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전력공급 제한의 원인으로 꼽힌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전력난이 가속화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전력난은 올 겨울은 물론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전력난으로 산업 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8.2%에서 7.8%로 내렸다. 노무라증권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7%로 내리면서 "석탄 가격 급등과 정부의 엄격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감안할 때 더 내려갈 위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