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인 천명관 소설 《고령화 가족》에서는 그나마 이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홀로서기에 나선다. 백수 형은 미용실 여자와 함께 새 삶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나’는 옛 연인과 동거하며 에로영화를 찍고, 여동생도 새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그 사이에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소진한 어머니도 세상을 떠난다.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지난해 3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사회진출 준비가 덜 된 20대(249만 명, 79.3%)야 그렇다 치지만, 한창 일할 30~40대가 65만 명(20.7%)이나 된다. 3040의 미혼인구 비중도 각각 42.5%, 18.0%로 높다.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남녀의 절반 가까이가 직업이 없는 상태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할 의지 부족’과 심각한 취업난, 급등하는 집값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업률이 높고, 고도성장기가 끝났으며, 주거비가 비싼 나라에서 많이 나타난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후 재정적인 어려움과 주거 불안정 때문에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세대를 ‘부메랑 키즈’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금을 좀먹는 자녀를 ‘키퍼스’, 일본에선 부모에게 기생(parasite)하는 독신(single)을 ‘패러사이트 싱글’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탕기’도 독립하지 않으려는 아들 때문에 골머리 앓는 사회현상을 말한다.
단순히 부모와 함께 사는 건 문제가 아니다. 가족 간의 협력과 상호 돌봄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이 “닭죽 먹으러 올래?”라며 갈곳없는 아들을 품는 장면은 눈물겹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게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부모는 열 자식을 키워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옛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