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가운데 아프간 성 소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투석형' 공포가 확산되면서다.

28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의 성 소수자들은 집 안에 숨어 지내고 있다. 탈레반이 과거 집권(1996∼2001년) 당시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행했던 '투석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투석형을 돌을 던져 죽이는 사형 방법이다.

이슬람 성서인 쿠란은 '롯과 소돔의 멸망'에 관한 부분에서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쿠란에 따르면 '동성 간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들이 후회한다면 내버려 둬야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탈레반 정부는 여성부를 폐지하고 과거 도덕 경찰로 활동하던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켜 손발 절단형, 사형집행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성 소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프간 카불의 한 게이 커플은 AFP통신에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언제든 찾아와 죽일 것 같다. 눈물이 계속 난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와 부부가 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게이는 "탈레반이 점령한 뒤 우리는 2∼3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며 "전에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일부 게이는 화장도 했지만, 지금은 평범하게 보이는 차림으로 나간다"고 전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