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성장 중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세계 시장 공략과 함께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기존의 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의 일종이다. 각종 근육이상과 다한증 등에 대한 치료 및 미용 목적으로 사용된다.

시장조사기관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지난해 발행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48억3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다. 2027년까지 77억1000만달러(약 9조 1100억원)로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테마는 새로운 유형(Type)의 균주를 활용한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A B C1 C2 D E F G 등 총 8종류의 혈청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승인받은 유형은 A와 B다. 현재 국내에서 승인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모두 A형 균주 기반이다.

제테마는 영국 보건당국(PHE)의 국립표준배양균주보관소(NCTC)로부터 A B E 유형의 생산균주를 도입했다. 현재 B와 E형에 대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E형 균주의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E형 균주는 국소형으로 기존의 A형에 비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A형은 최대 1개월 후에 근육 마비가 되고, 이후 사라지면서 최장 6개월 효과가 지속된다. E형은 효과가 약 하루만에 나타나고 4주 정도 이어진다. 빠른 효과를 원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제테마는 우선 미용 목적으로 E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국내 임상시험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이후에는 빠른 효능이 필요한 치료제 시장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E형 제품을 부착형(패치)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세침(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보유한 페로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해 구축 중인 설비도 향후 E형 보툴리눔 톡신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테마 관계자는 "같은 보툴리눔 톡신이라도 균주 유형이 다를 경우, 생산 설비도 구분돼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E형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플랜 B'를 가진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B형 균주는 A형에 비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 B형 균주를 사용한 제품은 A형에 내성이 생긴 일부 수요자를 대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기존 넓은 부위에 수차례 주사가 필요했던 중증환자 수술 후 근육 경직 등의 적응증에서 환자들의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톡스·휴젤, 액상형 개발

액상형은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MT10109L’을 엘러간에 기술이전하고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일반적으로 동결건조 상태에서 유통된다. 사용 전에 식염수로 희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혹시 모를 품질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은 혼입 과정이 필요 없어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T10109L은 지난 1월 미국 임상 3상이 종료됐다. 지난 8일 엘러간은 지난 8일 공동개발 연구를 종료하고 MT10109L의 권리를 메디톡스에 반환했다. 메디톡스는 반환된 권리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품목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목표 일정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메디톡스는 기존의 동결건조 제형을 기반으로 품질을 향상시킨 ‘MBA-P01’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제조공정에서 만든 원액을 사용하고, 그동안 개발해온 메디톡스의 최신 기술을 모두 적용해 생산 수율 및 품질을 향상시켰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보툴리눔 균주 배양 단계에서 사용되는 배지는 동물성 대신 비동물성을 사용했다. MBA-P01은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휴젤은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염산염을 첨가한 무통 액상형 톡신 ‘HG102’을 개발하고 있다. 액상형 제형의 장점에 더해 보툴리눔 톡신 시술 시 발생하는 흔한 이상반응인 주사 부위 통증을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사람혈청알부민 및 동물 유래 물질의 안정화제도 함유하지 않았다. HG102은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바이오플러스는 지속 효과가 긴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히알루론산(HA) 필러 등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보툴리눔 톡신 품목을 확보하면 현재 필러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오라바이오에 투자하고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오라바이오로부터 출처가 명확한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플러스는 후발주자인 만큼 지속형 기술을 접목해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효과 지속기간을 늘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목표다. 2023년 임상에 진입해 2024년 품목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