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스파크 물렀거라, 캐스퍼 '흥행' 레이 '역주행'…경차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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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 레이, 경차 1위 '역주행'
신차 캐스퍼, ADAS·풀폴딩에 흥행
신차 캐스퍼, ADAS·풀폴딩에 흥행
오랫동안 경차 시장 '강자'로 군림했던 모닝과 스파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넓은 공간을 내세운 박스카 레이의 역주행과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으로 무장하고 등장한 캐스퍼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상 국내 경차 규격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00㎜, 폭 1600㎜, 높이 2000㎜를 넘지 않는 규격을 모두 만족하는 차를 가리킨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가 강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차 시장은 연 10만대 규모가 무너질 정도로 감소세를 이어왔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21만7000여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했다. 2014년(19만4000여대 판매) 20만대 벽이 깨졌고 지난해(9만7000여대 판매)는 10만대 벽까지 무너졌다. 내수 승용차 판매량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 자릿수로 추락한 지 오래다.
시장이 작아지는 와중에도 '강자'는 있었다.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매년 합산 80% 수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모닝이 8만8455대(2015년), 7만5133대(2016년), 7만437대(2017년), 5만9042대(2018년), 5만364대(2019년) 등 비교적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가운데 쉐보레 스파크가 5만8978대(2015년), 7만8042대(2016년), 4만7245대(2017년), 3만9669대(2018년), 3만5513대(2019년) 등으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박스카 레이는 경차 시장 꼴찌였다. 2015년 2만5985대, 2016년 1만9819대 판매에 그쳐 단종설까지 흘러나왔다. 이후 2만522대(2017년), 2만7021대(2018년), 2만7831대(2019년) 등 회복세를 보였지만 모닝·스파크 양강 구도를 흔들진 못했다.
경차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모닝과 스파크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경차 시장 10만대 벽이 깨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확산된 차박 열풍이 경차로까지 번지며 넓은 공간을 지닌 레이가 '재평가' 받았다. 지난해 모닝은 3만8766대, 스파크는 2만8936대가 팔렸고 만년 꼴찌 레이는 2만8530대로 스파크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레이는 올해 들어선 경차 1위로 올라서며 시장 순위마저 바꿔놨다. 올해 1~8월 경차 판매 순위는 레이, 모닝, 스파크 순이다. 모닝(2만2962대)이 17.3%, 스파크(1만3746대)가 25.1%씩 판매량 감소를 겪는 가운데 레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한 2만3657대 팔리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높아진 인기에 출고대기 기간도 약 8주까지 늘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신차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서 2019년식 레이 시세는 1200만원대로 형성됐다. 판매가 1455만원이던 2019년형 레이 럭셔리 트림은 1300만원대에 판매되는 상황. 중고차에 적용된 옵션을 감안해도 신차와 가격차가 3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날 공식 출시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현대차 캐스퍼도 경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9000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현대차 내연기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생산물량 1만2000대도 당일 완판됐다.
캐스퍼의 가격은 기본 1385만원부터 시작하고 풀옵션은 2057만원으로 경차로는 처음 2000만원을 넘어갔다.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비판을 잠재웠다. 캐스퍼는 경차 최초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춘 게 매력 포인트다. 높은 공간 효율성을 갖춘 것도 어필 요소로 꼽힌다.
모닝과 레이에도 △전방충돌 방지보조(FCA) △차로이탈 방지보조(LKA) △차로유지보조(LFA) △운전자 주의경고(DAW) 등 ADAS 기능이 제공됐지만, 캐스퍼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이 적용됐다. 상급 모델인 소형 SUV 베뉴에서도 추가할 수 없는 옵션이다. 박스카에 비해 좁은 공간의 한계도 잘 극복했다는 평가. 현대차는 캐스퍼에서 센터 콘솔을 없애고, 기어노브도 대시보드로 옮겼다. 운전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시트'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덕분에 캐스퍼는 앞·뒷좌석이 모두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 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을 갖췄다. 이를 이용하면 최대 2059mm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거나 뒷좌석을 최대 160mm 당겨 적재공간을 301L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차박 수요에 박스카 레이의 인기가 높아진 데 더해 신차인 캐스퍼가 출시되면서 정체됐던 경차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자동차관리법상 국내 경차 규격은 배기량 1000cc 미만, 길이 3600㎜, 폭 1600㎜, 높이 2000㎜를 넘지 않는 규격을 모두 만족하는 차를 가리킨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가 강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차 시장은 연 10만대 규모가 무너질 정도로 감소세를 이어왔다. 국내 경차 시장은 2012년 21만7000여대 판매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했다. 2014년(19만4000여대 판매) 20만대 벽이 깨졌고 지난해(9만7000여대 판매)는 10만대 벽까지 무너졌다. 내수 승용차 판매량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 자릿수로 추락한 지 오래다.
시장이 작아지는 와중에도 '강자'는 있었다.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는 경차 시장에서 매년 합산 80% 수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모닝이 8만8455대(2015년), 7만5133대(2016년), 7만437대(2017년), 5만9042대(2018년), 5만364대(2019년) 등 비교적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가운데 쉐보레 스파크가 5만8978대(2015년), 7만8042대(2016년), 4만7245대(2017년), 3만9669대(2018년), 3만5513대(2019년) 등으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박스카 레이는 경차 시장 꼴찌였다. 2015년 2만5985대, 2016년 1만9819대 판매에 그쳐 단종설까지 흘러나왔다. 이후 2만522대(2017년), 2만7021대(2018년), 2만7831대(2019년) 등 회복세를 보였지만 모닝·스파크 양강 구도를 흔들진 못했다.
경차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모닝과 스파크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경차 시장 10만대 벽이 깨진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확산된 차박 열풍이 경차로까지 번지며 넓은 공간을 지닌 레이가 '재평가' 받았다. 지난해 모닝은 3만8766대, 스파크는 2만8936대가 팔렸고 만년 꼴찌 레이는 2만8530대로 스파크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레이는 올해 들어선 경차 1위로 올라서며 시장 순위마저 바꿔놨다. 올해 1~8월 경차 판매 순위는 레이, 모닝, 스파크 순이다. 모닝(2만2962대)이 17.3%, 스파크(1만3746대)가 25.1%씩 판매량 감소를 겪는 가운데 레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한 2만3657대 팔리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높아진 인기에 출고대기 기간도 약 8주까지 늘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신차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서 2019년식 레이 시세는 1200만원대로 형성됐다. 판매가 1455만원이던 2019년형 레이 럭셔리 트림은 1300만원대에 판매되는 상황. 중고차에 적용된 옵션을 감안해도 신차와 가격차가 3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날 공식 출시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현대차 캐스퍼도 경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9000대의 계약 건수를 기록하며 현대차 내연기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생산물량 1만2000대도 당일 완판됐다.
캐스퍼의 가격은 기본 1385만원부터 시작하고 풀옵션은 2057만원으로 경차로는 처음 2000만원을 넘어갔다.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비판을 잠재웠다. 캐스퍼는 경차 최초로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갖춘 게 매력 포인트다. 높은 공간 효율성을 갖춘 것도 어필 요소로 꼽힌다.
모닝과 레이에도 △전방충돌 방지보조(FCA) △차로이탈 방지보조(LKA) △차로유지보조(LFA) △운전자 주의경고(DAW) 등 ADAS 기능이 제공됐지만, 캐스퍼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이 적용됐다. 상급 모델인 소형 SUV 베뉴에서도 추가할 수 없는 옵션이다. 박스카에 비해 좁은 공간의 한계도 잘 극복했다는 평가. 현대차는 캐스퍼에서 센터 콘솔을 없애고, 기어노브도 대시보드로 옮겼다. 운전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시트'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덕분에 캐스퍼는 앞·뒷좌석이 모두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 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 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을 갖췄다. 이를 이용하면 최대 2059mm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거나 뒷좌석을 최대 160mm 당겨 적재공간을 301L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차박 수요에 박스카 레이의 인기가 높아진 데 더해 신차인 캐스퍼가 출시되면서 정체됐던 경차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