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우 녹십자랩셀 대표가 미국 현지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DMO)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박대우 녹십자랩셀 대표가 미국 현지 세포치료제 위탁생산(CDMO)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다음달 출범하는 GC셀(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의 합병법인)이 조만간 미국에 있는 대형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인수에 나선다. 매입 대상을 국내 최대인 녹십자셀 보유시설(클린룸 10개)보다 큰 걸로 잡은 만큼 계획대로 되면 세포치료제 CDMO 시장의 '글로벌 톱 메이커'로 부상하게 된다.

GC셀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CAR-NK 플랫폼 기술에 대한 기술수출을 추가로 논의하고 있는 만큼 올초 미국 MSD와 맺은 2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에 이은 연타석 '수출 대박'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톱 CDMO로 도약"

박대우 녹십자랩셀 대표는 29일 기자와 만나 "내년까지 녹십자셀보다 큰 규모의 미국 세포치료제 CDMO 시설을 인수한 뒤 녹십자랩셀의 세포 배양 노하우와 공정기술 등을 입힐 계획"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세포치료제 시장은 공급부족인 만큼 고객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그룹은 요즘 가장 '뜨는' 분야인 세포치료제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연구개발(R&D) 시너지도 높이기 위해 녹십자랩셀(CAR-NK 및 줄기세포 개발)과 녹십자셀(CDMO 운영·CAR-T 개발)을 합치기로 했다. 박 대표는 11월 출범하는 합병법인(GC셀)을 이끈다.

세포치료제 CDMO는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2019년 5억4000만달러(6400억원)에서 2026년 46억8000만달러(5조5500억원·대신증권 추정)으로 연평균 36%씩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현재 글로벌 CDMO 업체들의 규모는 클린룸(세포치료제 전용생산 시설) 기준으로 GC셀 10개, 스위스 론자 12개,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11개 등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GC셀의 규모가 2배 이상 불어나면 규모면에서 글로벌 톱 수준이 된다.

업계에선 세포배양 및 공정개발 기술을 갖춰야 하는 세포치료제 CDMO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이미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갖춘 GC셀이 규모의 경제만 이루면 2026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현재 세포치료제 CDMO 영업이익률 30%를 적용하면 2026년 매출 5000억원에 1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의 합산 실적(매출 1263억원·영업이익 7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박 대표는 "합병을 통해 녹십자셀의 오랜 위탁생산(CMO) 경험에 녹십자랩셀의 공정 개발(D·Development) 노하우가 더해지는 만큼 GC셀의 CDMO 사업은 규모 뿐 아니라 실력에서도 글로벌 톱이 될 것"이라며 "CAR-NK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CDMO가 확실한 '돈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기술수출도 논의중

박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과 추가 기술수출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올 1월 녹십자랩셀이 자체 개발한 CAR-NK 관련 세포 배양 노하우 등 플랫폼 기술을 미국 MSD에 18억6600만달러(약 2조900억원)에 수출한 것과는 별개다.

박 대표는 "MSD에 넘긴 것 외에 CAR-NK를 활용한 다른 고형암 치료제 개발 방안을 놓고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을 협의중"이라며 "CD-19를 타깃으로 하는 CAR-NK 기술에 대해선 통째로 넘겨달라고 제안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CAR-NK는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 추출한 선천성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도록 만든 뒤 환자 몸속에 투입하는 방식의 항암제다. 유도탄처럼 암만 공격하는데다 부작용도 적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T세포를 이용하는 CAR-T와 기전은 비슷하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GC셀은 이렇게 녹십자랩셀이 CAR-NK와 줄기세포를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녹십자셀이 주도해온 CAR-T에 접목하는 식으로 다른 파이프라인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상품성도 높이는 전략을 짰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은 "합병법인 R&D의 3대 축은 CAR-NK, CAR-T, 줄기세포"
이라며 "CAR-NK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CAR-T에 접목해 현재 1개인 CAR-T 파이프라인을 빠른 시일내에 CAR-NK 수준(10여개)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30년까지 매년 1개씩 글로벌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는 게 목표"라며 "그 때가 되면 그룹내 GC셀의 위상은 GC녹십자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랩셀의 자회사인 아티바 테라퓨틱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에 대해선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녹십자랩셀로부터 CAR-NK 기술을 넘겨받아 MSD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4월 나스닥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인수합병(M&A)에도 나선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기업과 의약품 물류업체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 대표는 "작년말 반려동물 관련 토털 헬스케어 사업을 벌이는 자회사 그린벳를 설립했다"며 "2024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M&A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녹십자랩셀이 연간 운송하는 물량은 일반 의약품 및 코로나19 검체 등 1억건에 달한다"며 "헬스케어 관련 물류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M&A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이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