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카드 대출 평균 금리도 상승
DSR 규제 강화 유력 관측에…'카드론 옥죄기' 심화 전망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이달부터 다중채무자에 대한 신규 대출 취급을 축소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과 채무 상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전체 카드론 취급 규모를 줄이고, 실수요자 대상 공급 유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대출에 대한 마케팅도 축소한다. 지난달까지 무리 없이 카드론을 받을 수 있었던 차주라도 이달부터는 대출 시행 자체가 불가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단 의미다.
이들 카드사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관리 조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15일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임원들을 소집해 카드사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총량 지침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두 카드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로 제시한 연 5~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나서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카드의 대출 자산은 5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증가한 상태다. 롯데카드의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 늘어난 4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6% 이내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대출 취급 운영안을 변경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대출 중단 조치보다는 이달부터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규 대출을 취급하고 전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조치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위해 서민 등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은 유지하되, 전체 카드론 취급 규모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은행권은 물론 제2금융권에 해당하는 카드업계까지 불어닥치면서 대출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표준등급 기준 평균 금리는 연 12.54~15.55%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연 12.66~13.96%)보다 하단은 0.12%포인트, 상단은 1.59%포인트 오른 수치다. 금리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롯데카드다. 롯데카드는 한 달 새 대출 금리가 2.2%포인트 오른 연 15.5%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도 같은 기간 0.71%포인트, 0.56%포인트 각각 오른 연 13.49%, 연 13.80%로 집계됐다. 현대카드도 한 달 만에 대출 금리가 0.14%포인트 오르면서 연 12.80%에 도달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경고와 더불어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조달 비용이 증가한 점이 카드사 대출 금리 상승의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는 향후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구체적으로는 DSR 규제의 단계적 시행 일정을 앞당기고, 2금융권의 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차주별 DSR 한도는 은행권이 40%, 비은행권은 60%다.
카드론은 내년 7월까지 DSR 규제가 유예된 상태다. 이 때문에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대출 수요자들이 카드론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예의주시해왔다. 실제로 카드론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대출 규제를 본격화한 올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어난 2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카드론에 대한 DSR 규제 적용 시기를 올해 안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금융당국에서 카드론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성을 몇차례 언급해왔고,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압박을 키워온 만큼 업계에서는 DSR 규제 조기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라며 "금융당국의 이번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관련 조치가 담긴다면 당장 카드론 주 이용층인 저신용자, 취약계층이 대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