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가총액 1위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업체인 가스프롬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며 실적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외교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 국민株' 가스프롬, 연일 신고가
러시아 모스크바증권거래소에서 가스프롬 주가(28일 기준 354.07루블)는 이달에만 16% 올랐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66.36%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 고점인 266루블을 지난 6월 2일 넘어선 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가스프롬은 작년 6조3216억루블(약 103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다. 정부가 지분 50%를 보유한 국영기업이다. 모스크바거래소에 상장했지만 미국 장외주식시장(OTC)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키움증권을 통해 OTC 투자가 가능하다.

주가 상승의 표면적인 이유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만 153% 급등(28일 기준)했다.

유럽의 가스 부족 사태가 심화하면서 가스프롬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약 40~50%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국가들은 의존도가 90%가 넘는다. 유럽과 갈등이 생길 때 푸틴 대통령은 “가스밸브를 잠그겠다”고 압박하면서 가스프롬을 외교적 무기로 사용해왔다. 실제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탄소제로 정책에 속도를 내는 유럽은 천연가스 부족이 심각하다. 환경 규제로 천연가스 생산이 감소했는데, 이를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 각국의 정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