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내 은행 인수합병(M&A)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자 M&A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은행이 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9월까지 미국 내 은행들의 M&A 규모가 540억달러에 달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시장이 위축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0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WSJ는 은행 M&A 급증 배경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꼽았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대면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 고객의 신용도를 파악해 대출을 실행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출이 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저금리가 지속돼 수익성이 떨어져 은행 간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는 시도가 늘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지역 내 소규모 은행들이 짝짓기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주로 소규모 은행 간 합병이 많았지만 올해는 좀 더 큰 규모의 은행들도 M&A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US뱅코프가 지난주 MUFG유니언뱅크의 소매금융 사업을 인수한 게 대표적 예다. 지난 7월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이 인베스터스뱅코프 인수 계획을 밝힌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은행 간 M&A 규모는 2005년부터 증가하는 추세였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다. WSJ는 “부실해진 일부 대형 은행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 자산 등을 팔아야 했던 2008년과는 달리 올 들어 업계 내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