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직업훈련 '미래 노동시장' 대비를
최영섭 <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 >
글로벌화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 빠른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이 일과 관련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움’에 대한 열정에서 우리 국민은 외국보다 뒤처지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5세 이상 성인 중 ‘일 관련 비형식 학습’ 참여 비중은 36.5%로 비교 대상 29개 국가 중 15위에 그친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훨씬 긴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 근로시간을 북유럽 국가 평균까지 줄인다면 이 순위는 선두그룹으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물론 너무 단순한 가정에 따른 것이지만 가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실천하는 국민이다.
이제 핵심 과제는 정부가 이런 국민의 노력에 어떻게 부응하는가다. 사실 정부 지원 직업훈련은 지금도 적지 않은데, 그 품질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여기에는 직업훈련을 포함한 고용정책 전반의 제약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환위기로 예상보다 훨씬 빨리 고용보험이 전면 도입되면서 정부가 직업훈련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핑계만 댈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9월 초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국민 평생 직업능력개발 지원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미래 노동시장 환경을 반영해 현재 직업훈련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시하고 있다. 우선 직업훈련 참여에 필요한 전제 조건들, 예를 들어 생애 경력 설계나 기초적인 직무능력 습득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는 2020년 국민내일배움카드제 신설로 정부 지원 대상을 넓힌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로 보인다. 기업이 실시하는 훈련과 관련된 행정 규제를 대폭 줄이겠다는 점이 반갑다. 기업 경쟁력 제고 없이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늘어나길 기대할 수 없다. 미래 선점 차원에서는 노동 전환에 대한 지원과 신기술 훈련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미래가 어떻게 변하든 사람들이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신기술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일자리에 대한 직업훈련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기업과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실제 훈련을 통해 이번 계획에 담긴 여러 정책의 실효성이 검증될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 준비로 어수선한 요즈음이지만, 미래를 향한 직업능력 개발은 한시도 늦출 수 없다. 발표된 계획들을 제대로 챙기고, 고칠 점은 다듬어 국민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도록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