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가 9개월 만에 장중 20만원 선이 무너졌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뛰는 동안 현대차 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주가의 반등 조건으로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모빌리티 사업 구체화를 제시했다.

29일 현대차는 전일과 같은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9만7500원까지 빠지며 지난 1월 4일 이후 처음으로 20만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올 1월 고점(26만7500원)과 비교하면 24.67% 하락했다.

현대차를 향한 증권사 전망도 좋지 않다. 지난 이틀간 현대차 리포트를 발표한 2개 증권사가 모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33만원에서 28만5000원으로 13.6% 낮췄다. NH투자증권은 33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현대차 주가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꼽힌다. 완성차업계는 올초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상황이 악화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걷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며 현대차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418억원으로 컨센서스(1조7990억원)를 밑돌 것으로 추정한다”며 “내년에는 생산이 정상화되며 연간 영업이익이 2012년 이후 사상 최대치인 8조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차 주가 하락을 반도체 공급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차와 달리 글로벌 완성차 업체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전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연초 대비 30.74% 뛰었다. 포드와 GM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67.96%, 30.46%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선 신사업의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 2월 다수 업체와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관련 협력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다”며 “주가가 회복하기 위해선 모빌리티 분야에서 공격적인 기술 진전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