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알려져 국내 리그 활동 불가
국제배구연맹 직권 승인, 그리스 리그로
대한배구협회는 29일 마감 시한까지 두 선수에 대한 국제이적동의서(ITC) 공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공문에는 국제배구연맹(FIVB)이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 PAOK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이적 시 자국 협회에 연봉 5%)를 보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협회는 답을 하지 않으면서 두 선수의 해외 이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FIVB의 직권 승인으로 두 선수의 이적은 확정됐다.
국내 여자 배구 간판스타였던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올해 2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중학교 시절 후배, 동기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는 폭로 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자필 사과문을 올리며 잘못을 시인했고,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폭로 글을 쓴 작성자를 고소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면서 KBS와 인터뷰에서 이다영은 "'칼을 대서 목을 찔렀다' 이런 건 전혀 없었던 사실이고, 그걸(칼을) 들고 욕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해 경악케 했다.
이재영 역시 "말을 안 듣는다거나 기합을 안 넣을 경우 그냥 꿀밤을 한 대 때리고, 입 한번 툭 때리고 그랬던 것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배를 한번 꼬집으면서 이야기한 적 있다"면서 폭력을 가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 여론이 커졌다. 학폭 이력이 알려지면서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원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 무기한 선발 제외 징계를 받았다. 이후 흥국생명은 지난 6월 30일 두 선수를 등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자숙이 아닌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 CAAN을 통해 그리스리그 PAOK 테살로니키 구단과 협상을 진행했다.
배구협회는 ITC 발급을 거부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연맹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자는 해외 진출 자격이 제한된다.
이에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FIVB를 통해 활동을 타진했다. FIVB는 이재영, 이다영의 학폭 과거가 '사회적 물의'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고, 결국 그리스 리그 활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선택을 놓고 "신중하지 못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리스 여자배구 리그도 수준이 한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주목받지 못하는 무대이기 때문. 또한 PAOK에는 이미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뛰고 있어 확실한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몸값도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흥국생명과 FA 계약을 맺으며 이재영은 6억원(연봉 4억 원·인센티브 2억 원), 이다영은 4억원(연봉 3억 원·인센티브 1억 원)을 받았다. 국내 최고수준 연봉으로 두 사람을 합쳐 10억 원에 달했다.
그리스 매체 FOS에 따르면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새 소속팀과 각각 4만유로(5500만 원)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총액 1억1000만 원 수준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