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담수사팀 구성 하루 만에 강제수사…수사팀·직원 모두 '묵묵부답'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사무실 출입문은 오전부터 굳게 잠긴 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 소속 7∼8명은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7층짜리 건물 2층에 있는 화천대유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오전 9시께 사무실에 도착했으나, 정작 이 시간대에 출근한 직원이 없어 나중에 도착한 직원 1명과 뒤늦게 안으로 들어갔다.

화천대유 사무실 출입문은 투명한 유리창이지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취재진이 몰리자 화천대유 측이 최근 출입문에 A4 용지를 붙여 내부를 전혀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어쩌다 한 번씩 열리는 출입문 너머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한 사무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곳곳에 놓인 압수물을 담는 용도의 종이 상자와 무거운 침묵이 긴장감을 더 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화천대유 측이 최근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안 직원들이 1평 남짓한 복도에서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화천대유의 한 용역 직원은 "검찰 압수수색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오전 11시께 가방을 들고 사무실에서 빠져나갔다.

11시간이 넘게 진행된 압수수색 동안 검찰과 화천대유 직원들은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드문드문 사무실을 찾은 사람들은 '사무실 방문 이유', '회사와 관계'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압수숫색이 끝난 뒤 검찰은 압수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상자 9개를 들고나와 지하 1층에 대기 중이던 스타렉스 차량 1대에 차례로 옮겨 실었다.

박스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저장매체의 자료를 복사한 이미징 작업을 통해 확보된 자료들이 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관들은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증거를 훼손한 정황은 없는지", "화천대유가 자료 제공에 협조적이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곧바로 차에 올라타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뒤이어 사무실 밖으로 나온 화천대유측 관계자들도 취재진 질문에 대답을 피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리자마자 강제수사에 나서 장시간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화천대유 특혜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 이미 한 달가량 지났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특혜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검찰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지 열흘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과 불과 5㎞가량 떨어진 화천대유 사무실 주변에서 만난 한 시민은 "화천대유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게 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냐"며 "화천대유 사람들이 죄를 지었다면 벌써 증거를 숨겼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화천대유를 비롯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회사 등에서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2015년 2월 설립된 화천대유에는 개발사업, 회계, 법무 전문가 등 20여명이 참여했으며 현재 1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