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의 공공임대주택 3만3000여 가구가 빈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손실액도 35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로 입주한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5만2484가구 가운데 5642가구는 아직 세입자를 채우지 못했다. 이들 공실 아파트의 98%가 소형이다.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부장관과 함께 방문해 “신혼부부에게 인기 많겠다”고 했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도 그대로 비어 있다. 시장의 수요를 무시한 채 공급 가구 수 늘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2025년까지 전체 임대가구의 25%를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전월세 시장에 의존해온 645만 가구를 ‘전세 난민’으로 규정하며 약 160만호인 공공임대주택을 2022년 200만호, 2025년 240만호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공공임대주택의 빈 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은 민간 주택에 비해 떨어진다. 조경이나 문화시설 등 주거 환경도 마찬가지다. 자재와 부품 등을 싼값에 구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의 뉴욕시주택공사(NYCHA)가 건설한 공공임대주택도 그렇다. NYCHA가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은 뉴욕시내 325개 단지, 56만 가구다. 하지만 그럴듯한 ‘공공’의 의미와 달리 현실은 안타깝다.

집이 고장나도 고칠 여력이 없다. 고장 민원은 지난해에만 10만여 건에 이른다. 이걸 다 해결하려면 452억3290달러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에는 납이 포함된 페인트 때문에 일어난 어린이 납중독 문제도 들어 있다. 1만1000여 명이 납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NYCHA측은 뉴욕시 평균 임대료의 80%를 집세로 받고 있다. 이 돈으로는 낡아가는 시설을 고칠 수 없다. 그런데 NYCHA의 관리 인력이 1만7000명이나 된다. 이들의 임금 등 고정비만 한 해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정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이 왜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닌지 뉴욕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민간과 시장의 기능을 애써 외면하고 공공임대 방식에 매달리는 주택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공공개발의 환수 이익을 청년, 무주택자용 장기 공공임대 주택 건설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만 들으면 그럴듯하다.

정치인의 눈에는 청년이나 무주택자들이 모두 ‘표’로 보이니 듣기 좋은 말만 앞세운다. 이들의 말잔치에 현혹됐다가 고통을 당하는 뉴욕 임대주택 거주자도 한때는 ‘공공의 꿈’이라는 달콤한 구호에 젖었던 사람들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