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달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쇼케이스 화면 캡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달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리니지W' 쇼케이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쇼케이스 화면 캡처]
엔씨소프트(엔씨)가 한 달여 뒤 내놓을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W'에서 그간 거센 비판을 받아온 과금 모델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24년 전 리니지 출시 당시로 돌아가 게임 본연의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취지다. 엔씨가 새 리니지 시스템으로 '린저씨'(리니지+아저씨)라 불리는 두터운 팬층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씨로서는 리니지W가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공 들인 콘텐츠인 만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확장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 "리니지W, 유료 과금모델 대폭 축소"

엔씨는 30일 온라인 쇼케이스 '리니지W 2nd 쇼케이스 : 앤서(Answer)'를 열고 리니지W을 오는 11월4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1차로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러시아 동남아 중동 등 13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후 북미, 유럽, 남미 지역으로 출시 국가를 확대한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용자 궁금증을 해소하고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이용자들 주요 질문에 답변하며 게임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4개국 언어 자막으로 방송됐다.
'리니지W 2nd 쇼케이스 : Answer'에서 발언하는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 [사진=쇼케이스 캡처]
'리니지W 2nd 쇼케이스 : Answer'에서 발언하는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 [사진=쇼케이스 캡처]
엔씨는 리니지W의 서비스 방향을 공개했다. 이 그룹장은 "리니지W는 캐릭터 성장, 사냥, 전투 등 리니지 고유의 게임성을 보다 대중적으로 구현한 게임"이라며 "리니지의 배틀 커뮤니티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기획했기에 과금모델은 대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리니지W에는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으로 꼽혔던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게임 내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으로, 그동안 과금을 과도하게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과금으로 이어지는 '변신과 마법인형' 시스템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룹장은 "출시 시점뿐만 아니라 서비스 종료 때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은 물론 비슷한 시스템도 도입하지 않겠다. 액세서리는 게임 내 보스 쟁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액세서리 슬롯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리니지W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이용자 소통도 확대하기로 했다. 리니지W는 국가에 상관없이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원빌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접속 국가에 상관없이 속도와 네트워크 지연 현상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김택진 "마지막 리니지라는 심정으로 개발"

'리니지W 2nd 쇼케이스 : Answer'에서 발언하는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 [사진=쇼케이스 캡처]
'리니지W 2nd 쇼케이스 : Answer'에서 발언하는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 [사진=쇼케이스 캡처]
이미 지난달 한 차례 게임 콘텐츠를 공개한 적 있는 엔씨가 추가 쇼케이스를 개최한 것은 다음달 3일 도쿄게임쇼에서 리니지W를 선보이기에 앞서 이용자 관심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씨가 도쿄게임쇼에 참가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업계는 엔씨가 최근 출시한 신작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소울2'(블소2)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고 과금모델 비판에 여론이 악화하자 분위기 반전 일환으로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행보에 나섰다고 봤다.

블소2는 리니지, 아이온과 더불어 엔씨의 대표 IP중 하나로 PC 무협 게임 원작 '블레이드&소울'을 계승해 제작됐다. 사전 예약에만 7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기존 과금 시스템을 유지해 출시 직후부터 '껍데기만 바꾼 리니지'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지난 17일에는 김택진 엔씨 대표가 직접 사내 메일을 통해 사과하며 반성과 변화를 약속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W’ 홍보 이미지
엔씨소프트 ‘리니지W’ 홍보 이미지
리니지W의 흥행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리니지W는 김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한 프로젝트"라고 언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내수 강자로 군림했던 기존 리니지 시리즈를 넘어 월드와이드 콘셉트를 내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그룹장은 "24년 전 리니지가 처음 세상 나왔을 때 모습, 근본으로의 회귀가 가장 중요하다"며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그때 그시절 근본의 리니지가 줬던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사랑받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임을 항상 기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