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알라질증후군(ALGS) 치료제가 미국에서 승인됐다. 한국에 대한 독점 권리를 보유한 GC녹십자는 희귀질환의약품 지정을 통해 내년에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30일 GC녹십자 관계자는 "미럼의 글로벌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LGS 희귀질환의약품 지정을 신청하고 승인 이후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희귀질환의약품 지정 시, 글로벌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별도의 국내 임상을 생략하는 허가절차 간소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GC녹십자도 희귀질환의약품으로 지정받은 후 식약처와의 협의를 통해 별도의 국내 임상 없이 품목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및 담도폐쇄증(BA)에 대해서도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미럼 파마슈티컬스는 이날 ‘마라릭시뱃’(제품명 리브말리)이 1세 이상 ALGS 환자의 담즙정체성 소양증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알라질증후군은 간 담도가 감소하고 담즙이 정체되는 소아 희귀 유전 질환이다. 지속적이고 심각한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환자는 수면을 방해받으며 가려움을 참지 못해 피부를 긁게 된다. 그동안 간이식 수술 외에는 승인된 치료법이 없었다.

마라릭시뱃은 ‘회장 담즙산 수송체(IBAT)’를 억제하는 기전의 신약이다. 대변을 통해 더 많은 담즙산을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유도한다.

미럼은 5년간 86명의 ALGS 환자에 대한 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가려움증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줄어드는 것을 입증했다.

미럼은 마라릭시뱃에 대해 2019년 미국에서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받았다. 알라질 증후군 외에도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임상 3상 및 담도폐쇄증(BA) 임상 2b상을 미국 및 유럽에서 진행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럼은 개당 1550달러의 가격을 책정했다. 연구 단계 환자의 평균 체중이었던 17kg 어린이를 기준으로 연간 치료비는 약 39만1000달러다. 미럼 경영진은 ALGS의 치료 시장 규모가 5억달러(약 591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가 마라릭시뱃에 대한 독점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에 미럼과 마라릭시뱃에 대한 국내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이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