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일치로 공직자윤리법 부칙 위헌 결정
헌재 "여성만 '배우자 재산등록 의무' 조항 위헌"
여성이 재산 현황을 공개·등록해야 할 때 남성 배우자의 직계가족 재산까지 등록하도록 한 옛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혼인한 여성 재산등록 의무자에게만 배우자 직계 재산등록 의무를 부여한 옛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위헌제청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09년 2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부칙 2조는 혼인한 여성 재산등록 의무자에게만 남성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재산 등록 의무를 부여했다.

옛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기혼 남성은 본인의 직계 존·비속 재산을, 기혼 여성은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재산을 등록하도록 했지만 2009년 2월 기혼 남녀 모두 '본인의 직계 존·비속 재산'을 등록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부칙 2조는 법 개정에도 기혼 여성은 여전히 남성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재산을 등록하도록 했다.

헌재는 "기혼 여성 등록 의무자만 배우자의 직계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것은 가족관계에서 이분법적 차별구조를 정착시키고 남성우위·여성비하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양성의 평등을 천명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법적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 관계자는 "성별에 의한 차별 취급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