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경력 '대학로 달고나' 장인…"코로나19로 핥아먹기는 금지"
'오징어 게임' 우산 달고나 도전하고 싶다면 대학로에
"'오징어 게임' 때문에 오셨어요?"
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앞. 노점에 앉아 바쁘게 설탕을 녹이던 '달고나 장인'은 가판을 기웃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25년째 대학로에서 달고나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장인은 요즘 최고의 호황을 맞았다.

그가 바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달고나를 만들어 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피라미일 뿐, 남들과 똑같은 달고나를 만들어 낸다"고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하지만 한 손으로는 설탕을 녹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달고나 모양을 찍어내는 그의 손에서는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장인과 아내 정모씨는 지난해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촬영 현장에 직접 방문해 사흘간 직접 달고나를 만들었다.

부부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늦은 밤까지 달고나만 만들어 꽤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설탕만 15㎏을 썼는데 달고나를 몇 개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달고나 끝이 조금이라도 타면 영화 소품으로 쓸 수가 없어 거듭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대부분 '우산 달고나'에 도전했다.

우산 달고나는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게임인 '달고나 뽑기'에서 가장 어려운 모양으로,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혀로 핥은 끝에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장인의 가게에선 혀로 핥아 우산 모양을 완성할 수 없다.

장인의 아내인 정씨는 "예전엔 실제로 혀로 핥아서 모양을 완성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요즘은 코로나19 문제로 노점 안에서 꼭 마스크를 쓰고 옷핀만을 사용하도록 한다"고 했다.

그의 가게에서 쓰는 우산 모양 틀은 촬영 현장에서 사용한 우산 모양을 그대로 그려와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우산 모양에 도전하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은 하루에 1∼2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도 직접 우산 모양에 도전해봤지만 손잡이 부분에서 깨져버리고 말았다.

게임 속 참가자였다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우산 달고나 도전하고 싶다면 대학로에
장인은 "손재주가 좀 있어서 달고나 모양틀을 그대로 만들 줄 안다"며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세모와 네모 모양 틀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달고나를 하거나 기다리면서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노점을 찾은 노모(24)씨도 "드라마를 보는데 어렸을 때 가끔 하던 달고나 생각이 나고, 실제로 하면 재밌을 거 같아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장인의 노점은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앞에서 찾을 수 있다.

노점은 이른 오후부터 차려지며 포장도 가능하다.

비가 오면 때로 열리지 않는다.

/연합뉴스